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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장이 하는 일7

이 사람은 어떤 교장일까요? 다음 글에는 교장이 등장합니다. 소설 『하우스키핑』에서 옮겼습니다. 이윽고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너희는 작년에 반년 동안이나 학교를 빠졌더구나. 우리, 그 문제를 어떻게 할까?" "따로 숙제를 더 내주세요." 루실이 대답했다. "그러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너희는 영리한 애들이지. 그러니 노력만 하면 괜찮아질 거다. 그나저나 이제 정말로 바라야 할 것은." 선생님이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말을 이었다. "태도의 변화란다." 루실이 대답했다. "제 태도는 변했는데요." 선생님이 우리를 차례로 하나씩 곁눈질했다. "그러니까 내 짤막한 훈계도 들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냐, 루실?" "네. 필요 없어요." 동생의 대답이었다. "그럼, 너는 어떠냐, 루스?" "네, 그러니까 저도 필요 없는 것 같.. 2020. 1. 29.
새로 교장이 되신 선생님께 교장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교장이 되셨더군요. 오늘날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학교에서 제시하는 수많은 지표 중에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할 만한 것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성실한 인간이 되자"고 하면 어떻습니까? '성실한 인간?'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그래, 이 참에 나도 한번 성실한 인간이 되어 볼까?'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지표일까요? 네댓 가지로 나누어 제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입니다. 1. 스스로 해결하는 실력 있는 어린이 2. 새로운 생각으로 탐구하는 어린이 3. 더불어 함께하는 예의 바른 어린이 4. 마음씨 곱고 몸이 튼튼한 어린이 # 저는 교장이 되었을 때 '학교 교육목표'라는 걸 아예 없앨까 한 적이 있습니다... 2011. 10. 29.
교장은 바빠야 잘하는 걸까? Ⅰ 교장은 바빠야 합니까? 왜 그렇습니까? 교장은 바쁘게 지내야 좋은 것이라면 얼마나 바쁜 것이 좋겠습니까? 바쁜 것은 좋은 것입니까? 훌륭한 것입니까? 어떤 일을 하든 바쁜 것은 좋은 것입니까? 가령 스님이나 신부님도 바쁘면 좋은 것입니까? 아니, 스님이나 신부님은 바빠도 괜찮습니까?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어떻습니까? 바빠도 괜찮겠습니까? 신부님이나 스님, 선생님께서 "전 지금 분주하니까 나중에 오십시오." "얘야, 난 지금 바쁘구나. 네 이야기나 들어줄 만한 시간이 없구나." 외롭거나 지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서 얼굴이라도 볼까 하고 갔는데, 그런 말을 듣거나 너무나 분주하신 것 같아서 그냥 돌아와도 좋은 것입니까? Ⅱ 정년을 하고 몇 달이 지났을 때 찾아온 L은 제가 대단히 좋아하고 .. 2011. 4. 29.
교장이 하는 일 「"학생 1인당 만원씩" 교장 배만 불린 방과후 학교」 오늘(2월 3일) 12시 3분, 노컷뉴스(CBS사회부 조은정 기자)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기가 막힙니다. 무슨 말을 할 것도 없이 기가 막힐 뿐입니다. 얼마 전에는 칠판 구입 가지고 이런 일을 한 교장들이 있다더니 이번에는 방과후학교 가지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 드러났습니다. 누가 "교장은 뭘 하는 사람들인가?" 물으면 "학교에서 일이 있을 때마다 어떻게 하면 부정 비리를 저지를 수 있을까, 기회를 엿보아 돈을 떼어먹는 놈들"이라고 하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할 말이 있겠습니까? 식상하긴 하지만, 다음과 같이 대답하겠습니까? "나는 그런 교장이 아니다." "그건 극히 일부의 일이다." "보도된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 2010. 2. 3.
범행에 무방비상태인「교문」(경기신문시론20080729) 범행에 무방비 상태인 「교문」 입학서류는 행정실에서 접수한다. 업무처리를 독려하거나 지시사항 전달회의를 주로 하는 교무실이 없다. 행정실에서는 ‘학부모편람(Parent Handbook)’을 내준다. 각종 규칙과 벌칙은 물론 학교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자료다. 학생들은 그 규칙들을 꼭 지켜야 한다. 지키지 않으면 교장은 당장 학부모를 부른다. 교장은 권위적이지 않다. 훈시나 인사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다만 36가지 교칙에 따른 벌칙 적용에는 단호하다. 두 학생이 싸우면 대질신문 후 사건보고서 작성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고 학부모에게 통보한다. 사안에 따라 경고장 혹은 사건경위서 발부와 학부모 면담, 제적․퇴교 조치가 이루어진다. 사건경위서가 발부되면 예를 들어 일정기간 학생의 쉬는 시간을 박탈해 .. 2008. 7. 29.
학교자율화 단상 Ⅰ Ⅰ 교육과정 운영을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는 L 장학사에게 분당 이우학교(대안학교)에 가보면 좋겠다고 했더니 당장 다녀왔답니다. 장학사 발령을 받으면 처음에는 교육과정과 생활지도 업무를 맡는 경우가 흔합니다. 아마 전국적인 현상일 것입니다. 그분들은 모임에 나가서 누가 “어떤 업무를 맡았습니까?” 하고 물으면 “교육과정을 맡았습니다.” 하기가 좀 부끄러울지도 모릅니다. 교육과정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아직 ‘애송이’ 장학사라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교육과정 업무를 맡은 장학사들의 회의를 하게 되었을 때 그 자리는 그야말로 ‘애송이판’이므로 그 장학사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 저 사람도 아직 애송이구나’ 할지도 모릅니다. L 장학사는 ‘애송이’가 아닌데 어떤 이유인지는 잘 모르지.. 2008. 6. 11.
‘왜 교장으로 살아가는가’ 물으시면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6 '왜 교장으로 살아가는가' 물으시면 방학을 한지 열흘쯤 지났으므로 아이들이 가정에서 지내는 것에 익숙해졌겠습니다. 계획대로 생활하는지, 혹 부모님을 짜증스럽게 하지는 않는지 궁금합니다. 계획대로 생활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으므로 부모님이나 아이들이나 어차피 좀 느긋해질 필요가 있고, '이번 방학에는 이것은 꼭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제대로 실천하면 좋을 것입니다. 선생님들도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면서 2007학년도 학교교육을 구상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올해는 어떤 학교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교사로 살아오면서 보아온 교장 중에는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라’는 지시․명령 일변도 교장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학교라는 곳..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