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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이 사람은 어떤 교장일까요?

by 답설재 2020. 1. 29.

다음 글에는 교장이 등장합니다. 소설 『하우스키핑』에서 옮겼습니다.

 

이윽고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너희는 작년에 반년 동안이나 학교를 빠졌더구나. 우리, 그 문제를 어떻게 할까?"

"따로 숙제를 더 내주세요." 루실이 대답했다. "그러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 너희는 영리한 애들이지. 그러니 노력만 하면 괜찮아질 거다. 그나저나 이제 정말로 바라야 할 것은." 선생님이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말을 이었다. "태도의 변화란다."

루실이 대답했다. "제 태도는 변했는데요."

선생님이 우리를 차례로 하나씩 곁눈질했다. "그러니까 내 짤막한 훈계도 들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냐, 루실?"

"네. 필요 없어요." 동생의 대답이었다.

"그럼, 너는 어떠냐, 루스?"

"네, 그러니까 저도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없는 것 같다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프랜치 선생님은 고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져 놓고 심문자의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선생님이 분필을 톡톡 던져 올리면서 나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언니는 선생님이 말씀하시려는 걸 알아요." 루실이 끼어들었다. "언니가 올해 더 열심히 공부할지 어떨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거든요. 아무튼 언니에게는 실제적인 일은 절대로 말씀하실 수 없으세요. 그런 일은 언니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거든요."

"언니는 자라는 중이지." 프랜치 선생님이 말했다. "교육이란 아주 중요한 거란다. 너한테는 뭐가 중요하니, 루스?"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선생님도 나를 따라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그게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태도에 관한 문제란다."

"언니는 아직 자기한테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고 있어요. 언니는 나무를 좋아해요. 어쩌면 식물학자나 뭐, 그런 게 될지도 모르죠."

프랜치 선생님이 의심스럽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식물학자가 될 거니, 루시?"

내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은데요."

선생님이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분필을 내려놓았다. "너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그것만큼은 확실하구나."

루실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언니에게는 언니 나름의 방식이 있어요."

 

(…)

 

삼각형의 빗변에 다시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나는 마음의 위안을 찾은 것은 물론 행복하기까지 했다. 한두 달쯤 지난 후, 프랜치 선생님이 교장실로 나를 부르더니 내 태도가 정말 달라졌다는 말을 듣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선생님 책상 한 구석에 깔끔하고 완벽하게 작성된 두툼한 내 숙제 더미가 놓여 있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태도 같은 것의 역학 관계는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다가 그것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 선생님을 기쁘게 했다면, 그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실인즉슨, 나는 점심을 먹거나 공상에 잠기는 것보다 라틴어가 더 좋았으며, 그해 가을 혼자 호수에 가는 일이 몹시도 두려웠던 것이다.(182~185)

 

 

1. 프랜치는 어떤 교장일까요?

① 폭군처럼 독재적·독단적인 교장

② 자율성을 존중하는 교장

③ 학생을 잘 이해해주는 교장

④ 민주적인 교장

⑤ 권위적인 교장

⑥ 기타 의견 ( )

 

2.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                                                             )

 

 

 

 

 

불면 날아가버리는 것들(2019.5.1)



내 생각은 역겨운 교장이었습니다. 그는 루스와 루실이 반 년 동안 학교에 오지 않은 이유를 묻지 않았고, 그들을 도와 줄 생각도 없었고, 우리에 갇힌 죄인 다루듯 한다 싶었습니다.

이 대화의 앞 부분에 이런 내용이 나왔습니다. 루스와 루실이 교장을 면담하기 직전입니다.

 

 

수업이 시작된지 한 시간쯤 지난 후, 한 여자 애가 우리 교실로 오더니 내게 교장실로 오라는 쪽지를 전해 주었다. 복도에서 루실을 만났지만 서로 한 마디도 건네지 않은 채 같이 교장실로 향했다. 프랜치라는 이름의 교장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자기 책상 앞에 앉으라고 하더니, 자신은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다리를 흔들면서 분필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머리통은 작고 매끈했으며 몹시 하얀 손은 남자 아이 것만 했다. 그는 자기 손 안의 분필과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선생님이 부드러우면서도 불가사의한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가 신은 하얀 양말이 효과를 반감시키고 말았다.(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