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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교사의 영광

by 답설재 2019. 10. 15.

 

 

 

# 1 요시노 아키라의 선생님 *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 요시노 아키라(71·吉野彰)는 '샐러리맨 연구자'라고 합니다.

그는 교토대(京都大) 대학원 졸업 후 24세 때(1972년) 화학 기업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지금까지 배터리 기술 개발 담당 부장, 이온 2차 전지 사업 추진실장 등을 맡아 왔으며, 57세 때(2005년) 비로소 오사카(大阪)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답니다.

 

리튬 이온 전지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 성능이 낮아지고 '열폭주'(온도 변화가 그 온도 변화를 가속하는 현상)라는 안전성 문제가 발생해 실용화가 힘들었는데 그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오사카부 소도시 스이타(吹田)에서 잠자리를 잡으며 놀던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선물한 『촛불의 과학』(마이클 페러데이의 강연집)이라는 책을 읽고 과학에 흥미가 생겨 '실험'을 즐겨하게 됐다고 합니다.

 

 

# 피터 랫클리프의 교장 선생님, 그레그 세멘자의 화학 선생님 **

 

노벨 의학병리학상은 영국의 피터 랫클리프(Peter Ratcliffe), 미국의 그레그 세멘자(Gregg semenza), 윌리엄 캘린(William Kaelin) 세 과학자가 공동 수상했는데, 이들은 '세포들이 어떻게 산소의 양을 조절할까?'라는 연구를 해왔답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랫클리프 박사는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화학 성적이 중간 정도였는데, 어느 날 교장 선생님이 "피터, 너는 의학을 전공해야 해."라고 해서 주저 없이 전공과목을 의학으로 정했답니다.

신장 전문의가 된 후에 인간의 장기들이 공급된 산소량에 따라 적혈구 생성을 촉진하는 EPO 호르몬 분비량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세만자 박사는 암세포가 주위로 퍼지고 핏줄을 타고 이동하면서 무엇을 타깃으로 삼는지 밝혀내자는 결심으로 연구를 했답니다. 그는 그 타깃이 바로 산소일 것이라는 예측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는데, 기자들에게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그녀는 대단한 선생님이다. 과학의 경이로움과 희열로써 나를 과학자로 이끌어주었다."

 

 

# 그리고 또 다른 선생님

 

요시노 아키라의 선생님, 피터 랫클리프의 교장 선생님, 그레그 세멘자의 화학 선생님은 얼마나 영광스럽겠습니까?

그렇지만 노벨상을 받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선생님'도 영광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열두 명의 동기생(제자)들이 모여서 그들을 담임했던, 그들에게 수학이나 과학, 음악……을 가르친 선생님 이름을 친구 이름 부르듯 이야기하며 떠들어댑니다.

그러나 그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마음속으로 그 선생님을 그리워한다면 그 선생님은 그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선생님은 그래도(그 녀석들이 친구 이름 부르듯 해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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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日노벨화학상 수상자는 '샐러리맨 연구자'…초등때 책 인생 바꿔(2019.10.9) 참조.
** 블로그 ‘Welcome to Wild Rose Country'(2018.10.9), 「2019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캐일린, 피터 랫클리프와 그레그 세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