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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387

김소월 역 「봄」 봄  이 나라 나라는 부서졌는데이 산천 여태 산천은 남아 있더냐봄은 왔다 하건만풀과 나무에 뿐이어 오! 서럽다 이를 두고 봄이냐치워라 꽃잎에도 눈물뿐 흩으며새 무리는 지저귀며 울지만쉬어라 두근거리는 가슴아 못 보느냐 벌겋게 솟구치는 봉숫불이끝끝내 그 무엇을 태우려 함이리오그리워라 내 집은하늘 밖에 있나니 애달프다 긁어 쥐어뜯어서다시금 짧아졌다고다만 이 희끗희끗한 머리칼뿐이제는 빗질할 것도 없구나  김소월, 「봄」(『조선문단』, 1926년 3월호)   國破山河在 국파산하재城春草木深 성춘초목심感時花濺淚 감시화천루恨別鳥驚心 한별조경심烽火連三月 봉화연삼월家書抵萬金 가서저만금白頭搔更短 백두소경단渾浴不勝簪 혼욕부승잠  ‘두시언해본’은 생략(현대문학 2월호, 199쪽에 있음.)      25세의 청년 시인이 80년 .. 2009. 3. 31.
박인환 「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세월은 가고 오는 것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우.. 2008. 1. 21.
알고보면 우리와 친밀한 저승사자 학교에 근무하니까 대체로 교장이 나이가 가장 많아서 겸연쩍게 노인 취급을 당하는 수도 있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새파란(?) 젊은이들에 비해 '노인은 노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가을이어서 그런가요? 10월이고 날씨조차 '가을맞고' 그러니까 '올해도 거의 다 갔구나' 싶어서 서글퍼집니다. 지난 3월(그러니까 저쪽 학교에 근무할 때), 이 블로그의 그 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의 주인공인 함수곤 교수께서 짤막한 글을 하나 달라고 해서 '알고 보면 우리와 친밀한 사이인 저승사자'란 글을 써주었는데 다음과 같이 소개되었습니다. 한번 보십시오. 저도 이제 "젊은이" 소리는 듣지 못하지만 다 늙어서 건강하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같은 세태는 정말 싫습니다. 그런 이들은 이 세상이 그렇게 좋은 걸까요? 오늘.. 2007.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