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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특목고 문제 해결의 주안점(경기신문071129)

by 답설재 2007. 11. 29.

 

 

 

  “오늘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울 목동 J학원에서 시험 당일 버스 4대(실제로는 3대)에 탄 학원생에게 준 시험 대비 유인물이 이번 시험문제와 거의 흡사하게 출제되었다는 겁니다. 수학은 15문제 중 8문제, 국어는 40%가 같거나 다를 바 없었다네요.(…)”

 

 

  지난 10월 31일, 김포외국어고등학교 홈페이지 ‘입학상담게시판’에 오른 ‘김포외고 지망생’ 이모(15․중3) 양의 이 글이 이른바 ‘김포외고 비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경위의 발단이었다.

  이양은, “J학원에 다니지만 시험 전날 김포에서 자느라고 그 학원 버스를 타지 못한 친구가 억울해서” 그렇게 썼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포외고 교장은 “EBS가 수능문제에서 70~80% 적중하는데 그건 뭐냐?” “공동 출제한 문제 중 일부가 적중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이양의 부모에게는 “법적으로 책임지라”고 항의전화를 하는 한편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가 입시홍보부장을 맡은 이모(51) 교사가 J학원 원장에게 이메일로 38개 문항을 사전 유출한 사실이 밝혀지자 고소를 취하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그 이후 다른 외고나 학부모에게도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나고, 경기도교육청에서 경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재시험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학부모들의 격렬한 항의 등으로 전개되어갔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학자들의 논평이나 몇몇 신문의 보도, 사설 등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어떠한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우선 처음에는 해당 학교와 학원, 학부모의 책임을 짚어가다가 다른 학교나 학원, 전년도의 입학시험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되었고, 드디어 교육청과 교육부의 입시관리 시스템에 대한 책임론을 펼치게 되었다.

  심지어 교육계가 너무나 부패했다고까지 언급하면서 교육 관료는 그동안 무풍지대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으며, 이번 김포외고를 비롯한 특목고 입시부정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도 교육 관료와의 유착은 없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라고까지 언급하게 되어 교육자들이 자괴감을 느끼게 하였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경위와 그 해석을 살펴보면서,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그때마다 ‘교육계가 날로 더 썩어간다’는 비판을 일삼거나 교육계의 불미스러운 일을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사건, 사고를 다루듯 바라보기보다는, 교육문제조차 그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우리 국민들의 심성에서부터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교육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해석이나 여론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 국민들은 과정이야 어떻게 되든 결과만은 좋아야 한다고 보는, 어쩌면 결과에만 목을 매는 그 졸렬함, 그 치열함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런 심성 때문에 논술을 중시하겠다고 하면 ‘어디 단시간에 논술을 잘하게 해주는 신통한 학원이 없는지’ 찾게 되고, 봉사활동 실적을 보겠다고 하면 자녀에게는 학원에 가라고 하고 그 시간에 부모는 허위 실적을 작성해줄 기관을 찾아 나서게 된다.

  수행평가 시책만 해도 그렇다. 달랑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결과만으로 성적을 내기보다 평소에 공부하는 과정까지 보며 성적을 내야 한다는 수행평가의 취지야말로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교사들의 평가행위에 대하여 불신의 눈초리가 강한 현실에서는 수행평가 또한 단편적인 결과평가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며, 그러한 관점으로 보면 대학입학에서의 내신 반영, 논술고사 등 모든 시책과 정책이 과정은 도외시하고 결과만을 따지는 경향에 의해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한 시책들로 전락하고 있다.

 

 

  우리는, 교육의 수요자들은 너나없이 결과만을 추구하면서 교육계의 모든 일들만은 교육적으로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부터 인식해야 한다. ‘나만은’ ‘내 자식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인 사회에서 어떻게 공정한 게임과 판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교육계가 그렇게 부패했는지에 대해 우리나라의 다른 부문과 직접적으로 비교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그 누구도 교육계의 단편적 사건들을 바라보며 결코 큰소리를 치기는 어렵지만, 이번 문제가 최소한 교육행정을 맡은 교육 관료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능고사장에서 학생이 부정을 저지르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장 교육부장관이 사퇴해야 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나라라는 사실부터 재검토해봐야 하며, 교육은 인격을 도야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행위라는 개념의 재정립을 토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