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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국제학력평가’에서 드러난 우리 교육의 허점(071228경기신문)

by 답설재 2007. 12. 28.

  지난 12월 4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06년 국제학력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는, 결코 낮지는 않은 우리 교육의 수준과 함께 이대로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 한계와 그 허점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교과서와 문제집, 필기구에만 의존하는 단순 암기식 교육에 매몰되어 있다.

 

  3년 주기로 실시되는 PISA는, 의무교육을 마친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생활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 소양을 파악하기 위해 읽기, 수학, 과학 분야로 나누어 평가하는 시험으로, 2000년, 200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되었다.

  이번에 그 결과가 발표된 PISA 2006은, OECD 30개 회원국을 포함한 총 57개국 약 40만 명을 표집했는데, 우리나라는 154개교에서 5000명이 참여하여 읽기는 1위, 수학은 3위를 기록했으나 과학은 11위였다. 참고로 PISA 2000, PISA 2003의 결과는, 읽기는 6위, 2위, 수학은 2위, 3위였고, 과학은 1위, 4위였다.

 

  PISA 2006의 결과에 대한 반응을 분석해보면, 읽기와 수학의 뛰어난 성적에 대한 칭찬보다는 과학 성적이 추락한 데 대한 거센 비판 때문에 전체적으로 참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신문은 읽기의 성적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학교에서 작문 교과를 강조하고, 대학들이 입시에서 논술고사를 치르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읽기와 사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는 OECD 보고서를 인용하면서도 수학에서 3위를 기록한 것은 사교육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학원에서 수학을 주당 4시간 이상 공부하는 학생의 비율이 우리나라는 19.9%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그리스(19.4%), 터키(18.8%)였다고 했다.

 

  또 과학기술계의 어느 ‘석학’은 ‘과학교육의 파행이 이공계 교육의 걸림돌’이라면서 학생들이 수학, 과학 등 어려운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을 방치하는 7차 교육과정은 일본과 영국에서 실패한 모델이 뒤섞인 정체불명의 교육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초중등학교에서의 교육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소화”할 것을 주장했다.

  7차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은 특히 신랄했다. 교육과정 편제에서 과학수업 시간과 학습내용이 크게 줄었고 학생들은 과학을 기피하고 쉬운 과목만 공부한다고 지적했으며, 다른 한 신문의 인터뷰 기사는 “7차 교육과정이 과학을 죽였다”는 제목아래 “올 것이 왔다. 과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이공계 가는데 누가 열심히 하고, 달달 외우기만 하는데 응용문제를 어떻게 푸나? 교육과정을 당장 고치지 않으면 여기서 더 밀릴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러한 비판들을 검토하면서 당연하고 타당한 면도 있지만 황당하고 무책임한 주장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주한 핀란드 대사관 리쿠 바르요바라(Riku Warjovaara) 일등서기관은 핀란드가 읽기 2위, 수학 2위, 과학 1위로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은 ‘철저한 수준별 수업’이 그 비결이며, 고등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학년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선택과목들을 공부한다고 했다.

 

  과학 성적이 추락한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우리가 가장 귀 기울여 듣고 싶은 다른 주장도 있다. 그것은 과학계의 석학이나 교육계 고위직의 분석이나 인터뷰가 아니었다.

  10년째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어느 학원 강사는 지나친 실적위주 교육이 가장 큰 문제이고, 학생들의 과학 기피현상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점수를 올리기 위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과학의 원리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이끌어내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교육” “실험위주의 체험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문제만 드러나면 밥상부터 챙기려는 의도로 가르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모름지기 학생들에게는 배우기 싫어하거나말거나 가르쳐야 할 것은 강제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상투적인 주장보다 “지식의 원천은 경험”이라고 한 아인슈타인, “퍼부어서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라고 한 존 듀이의 말을 되새기며 그 학원 강사의 말에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학교에서 작문을 강조하고 대학에서 논술고사를 치르니까 읽기 성적이 올라갔다는 분석은 그 교과목의 성격에 맞는 지도가 주효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러므로 과학계의 석학들은 “과학을 어떻게 설명으로 가르칠 수 있는가! 과학은 실험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과학을 더 들어야 한다”라고 말할 때 “듣는다”는 그 낱말을 “학습한다”로 고쳐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