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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교육행정의 초점, 학력향상(경기신문071119)

by 답설재 2007. 11. 19.

  신문에 실린 이 글의 제목은 <교육혁신정책, 잘못된 초점>이었습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은 모두 초․중등 교육의 혁신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서 이들 나라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혁신되고 있는가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은, 저들의 교육정책은 매우 구체적이고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직결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교육본질보다는 제도상의 권력구조에 대한 논쟁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중등학교의 10%가 ‘부적합’, 39%가 ‘보통’이라는 영국교육기준청(OFSTED)의 연례학교평가보고서 발표 직후인 지난 10월 31일, 취임 후 교육정책에 관한 첫 연설에서 앞으로 성적이 나쁜 공립중등학교(secondary school ; 12~16세)는 폐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뒤쳐지고,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하고, 2013년까지 영어․수학을 포함한 5개 과목의 GCSE(중등학교 졸업시험)에서 C 이상의 학생이 전체의 30%를 넘지 못하는 학교는 5년의 유예기간 후에 폐교, 통합시키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전임 토니 블레어가 집권초인 1997년에 그 기준을 25%로 정하여 1700교이던 학력미달학교를 10년 사이에 670교로 줄였는데, 고든 브라운은 이를 30%로 강화한 것이다.

  한편 부시 정부의 부진학생 일소정책이 담긴 교육법 NCLB(No Child Left Behind Act)도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교육혁신정책이다.

 

  영국과 미국의 예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교육혁신은 일본의 교육평가와 새로운 교육정책에서도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10월 28일자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하며 사고력, 표현력, 타인에 대한 배려 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지난 2002년에 도입한 이른바 ‘유토리(주입식을 탈피한 여유 있는) 교육’으로, 초․중학교의 기초학력이 떨어지고, 학생들의 학습의욕에도 개인차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유토리 교육은 실패했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중앙교육심의회의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는데, 이 보고서에는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덕목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일선교사나 학부모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한다‘는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교사가 적극적으로 지도하지 못했으며, 수업내용 30%, 수업시간 10% 축소로 기초적 지식의 습득도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앙교육심의회의 ’유토리 교육‘의 실패 판정은, 지난 4월에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대상의 전국학력평가 결과가 공개된 후에 발표되었다. 이 학력평가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논란을 살펴보면, 성적이 전국 최하위인 오키나와현 교육장은 “충격을 받았다. 원인분석을 하겠다.”고 했고, 역시 성적이 불량한 고치현에서는 “학생들에게 할 말이 없다. 좋은 성적을 낸 지역을 보고 학력향상 방안을 찾겠다. 특히 숙제를 내주는 방법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또 도쿄의 한 소학교 교사회의에서는 “아이들이 분수 계산에 약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생각하게 하는 훈련이 부족했다.”는 반성이 나왔으며, 홋가이도에서는 “방과 후 보충학습에 소홀했던 것이 문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행정력이나 교사들의 열정은 미국과 영국, 일본과 비교하여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의 교육혁신을 위한 노력을 보며 우리가 반성해야 할 것은, 우리는 다만 학생들의 입장에서 멀리 떠나 있다는 점뿐이다. 우리의 경우 교육부나 어느 교육청에서 “할 말이 없다” 혹은 “아이들이 분수 계산을 잘 못한다”고 언급하거나 “숙제를 잘 내주겠다는 것이 우리의 교육정책”이라고 한다면, 누가 “참 훌륭한 분석이고 훌륭한 교육정책”이라고 이야기해주겠는가. 그러기에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늘도 새로운 미사여구로 된 수많은 교육정책을 안고 밤새워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교육행정가들이다.

 

  추적해보면 전국적으로 각 학교에 확산되고 있는 ‘아침 10분 독서운동’도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신선하고 구체적이고 생산적인 이 운동도 얼마나 지속될지, 그동안의 우리 교육행정에 비추어보면 미덥지 않다. 또 다른 어떤 시책이 나오면 슬그머니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오래전이지만 체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등교하자마자 전교생이 헉헉거리며 운동장을 달리고 그 결과를 매일 기록하게 한 적도 있었다. 다 좋은 일이므로 누가 안을 내느냐가 관심거리일 뿐이고, 위로부터 강조되는 것을 실천하려면 아침독서운동이고 뭐고 다 그렇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