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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장 컬럼

You Will Never Walk Alone

by 답설재 2007. 11. 26.

 

 

「You Will Never Walk Alone」

Mormon Tabernacle Choir

 

 

 

When you walk through the storm, hold your head up high,

And don't be afraid of the dark

At the end of the storm is a golden sky,

And the sweet silver song of a lark.

Walk on through the wind, walk on through the rain,

Though your dreams be tossed and blown,

Walk on, walk on with hope in your heart.

And you'll never walk alone,

You'll never walk alone.

Walk on, walk on with hope in your heart

And you'll never walk alone,

You'll never walk alone.

 

폭풍우 속에서도 고개를 들고 걸어가세요.

어두움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폭풍우 뒤에는 빛나는 하늘이 열릴 테니까요.

종달새의 은빛 노래도 들리겠죠.

거친 바람 속을 전진하세요, 빗속에서도 전진하세요.

흔들리고 흩날리더라도

전진하세요, 희망을 안고 전진하세요.

절대로 혼자가 아니니까요.

결코 혼자 가는 게 아니니까요.

전진하세요, 희망을 안고 전진하세요.

결코 혼자 가는 게 아니니까요.

결코 혼자 가는 게 아니니까요.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교정은 쓸쓸합니다. 그 아이들이 몇 명이라도 학교에 남아 있으면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곳저곳에 그 아이들이 그리고 쓴 포스터 같은 무슨 작품이 보이면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되고 그 내용을 분석해보면서 혼자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이것 좀 보라.”고 하고 싶어집니다. 필경 ‘에이, 별것도 아니네.’ 하겠지만, 아이들의 흔적을 볼 때마다 그런 느낌이 강합니다.

 

10월에는 운동회와 양지독서축제로, 11월에는 ‘방과후학교’ 특기적성 발표회 등으로 풍성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 강사님들께 아이들을 대신하여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작품을 좀 보셨습니까? 미술부, 애니메이션부, 로봇제작부, 점핑클레이부, 과학창작교실, 독서논술부, 컴퓨터부의 작품들. 아, 부모님들이 찍은 운동회 사진전도 열렸었지요. 꼭 이야기해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각 부서별로 전시회를 한다고 알리는 정성들인 포스터들도 작품 못지않았지요.

 

전시회를 연 그날 ‘미래관’에서 개최된 ‘양지 꿈돌이 재주자랑 잔치’는 보셨습니까? 바이올린부, 하모니카부, 영어부, Let's Sing & Chant, 중국어부, 댄스스포츠부, 요가부에서 협력하여 개최한 그 잔치. 내 아이는, 혹은 우리 반 아이는 그런 부서에 없어서 오시지 않았습니까? 실망이군요.

그러면 “내 아이의 50분은 즐겁고, 남의 아이 5분은 지루하다.”는 말씀과 똑같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이나 합니까? 그러지 마시고 내년에는 꼭 와서 보세요. 올해만 해도 대단했거든요. 관중은 얼마 없었지만(한 40명 되었을까요?), 하모니카부와 바이올린부가 마지막 연주 ‘베사메무쵸Kiss me much’ 합주를 끝냈을 때는 “앙코르! 앙코르!” 연호 때문에 정말로 다시 연주를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마지막에 인사를 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연주가 라이브여서인지 라디오나 CD로 듣는 세계적인 연주보다 낫습니다. 저는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뮤지컬 ‘snow white'을 할 때 배경 그림을 들고 있는 아이들이 팔이 아파서 그 배경 그림이 흔들리는 것조차 참 보기 좋았습니다.” 했더니 저로서는 처음 만난 서먹서먹한 얼굴의 그 학부모들이 열렬한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런 부서들의 솜씨와 재주는 잘 보았는데, 독서논술부 아이들이 쓴 작품은 별로 보는 이가 없었던 것 같아서 네 작품만 보여드리겠습니다. 우선, 4학년 김동우의 ‘이른 봄날’입니다.

 

 

이른 봄날

 

개구리 몇 마리

자동차 다니는 길을

팔짝팔짝 건너간다.

 

지나가던 차들은

차를 잠시 세워둔다.

개구리가 지나간다.

 

차들은 하나둘씩

속력을 내며

달려간다.

 

 

충분히 상상되는 장면이지요? 우리 눈에 보이는 이 세상에서는 그냥 쌩쌩 달려가는 자동차뿐이지만 동우가 그린 세상에서는 개구리가 지나가면 모든 차들이 일시에 정지합니다. 다음에는 3학년 이유진이의 작품을 보십시오.

 

 

나 무

 

나무는 나무는

우리들의 쉼터

구름 올려놓았다가

바람 올려놓았다가

새소리 올려놓았다가

매일 똑같은

행복한 쉼터

 

나무는 나무는

우리들의 생명

매일 같이 찾아오면

맑은 공기를 주는

참 고마운 나무

 

 

커다란 한 그루의 나무가 있는 그 정경情景을 바라보는 유진이의 모습, 그리고 그 유진이의 생각의 변화가 평화롭고 아름답게 떠오릅니다. 다음에는 2학년 이우혁이의 ‘애기똥풀’입니다.

 

 

애기똥풀

 

꽃과 풀들이

재미있게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뿌지직 소리가 나더니,

구린 냄새가 난다.

그것은 애기똥풀

꽃과 풀들이 도망가고

애기똥풀 혼자

앉아 있네

왜 가만히 있을까?

애기똥풀은 예쁜 풀꽃을

많이 좋아하나봐.

 

 

애기똥풀의 이름을 해석해보며 그 풀이 살고 있는 풀밭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을 동화처럼 그렸습입니다. 마지막으로 4학년 박유림이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말’을 보십시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말

어머니 어머니

내 어머니

 

내가 잘못했을 때

회초리 드시다 말고

방으로 들어가셔서

아무도 못 보게

몰래 몰래 우시는

어머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말

아버지 아버지

내 아버지

내가 잘 때 내 방으로

오는듯한 큰 그림자

친구랑 싸워서 생긴

흉터를 보시고

슬픈 눈빛으로

나를 보시는

아버지

 

 

저는 이 또래의 아이들이 느낄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을, 그리고 그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아이의 마음을 이만큼으로 표현한 작품을 본 적이 없습니다.

 

감탄할 만한 작품이 더 있었지만 네 편만 소개했습니다. 다음에 이런 전시회가 있거든 직접 한번 보십시오. 바쁜 척 그냥 지나가지 마시고 잠시만 그 앞에 머물며 진정한 삶의 한 순간을 누리십시오. 광화문이나 인사동 같은 데 가지 않고 우리 학교 안에서도 얼마든지 놀랄 만한 작품을 볼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교장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두려울 게 없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저를 깔보거나 얕보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서두에 ‘You Will Never Walk Alone’이라는 노래의 가사를 옮겨보았습니다.

 

 

추신 : 지난 11월 22일 3교시에는 1학년 각 반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공개했고, 이어 4교시에는 그분들이 미래관에 모여 딱 20분간 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시간에 위와 같은 취지의 제 이야기를 듣고 혼자 용감하게 박수를 보내주신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가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