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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세 제자의 초대

by 답설재 2026. 7. 17.

 

 

 

1976, 7년에 한 교실에서 지낸 애들 셋이 찾아와서 점심을 함께했다.


B는 정년퇴직하고 나서 아내가 갖고 있는 거실을 비집고 들어가려 했으나 그게 불가능해서 다시 직장을 잡아 초봉을 받게 되었고, 그새 세 가지 자격증을 땄다고 했다. 2년을 더 일해야 휴가도 쓰고 할 수 있어서 내가 가는 곳에도 가서 자고 올 수 있다고 했다. 장하다!

 

L은 내가 보기로는 이 나라에서 제일 착한 사람 중 하나다. 아내와 함께 고기 구워주는 가게를 한다. 마음이 착해서겠지, 환갑을 지내고 인물이 점점 좋아지는 매력적인 녀석이다. 예전 그 교실의 L 그대로다.


P는 오랜만이다. 나는 49년 만인가 했는데 오래전 수십 명이 모였을 때 한 번 만났었다. 실수할 뻔했다.
30대 중반의 맏아들에게 물려줄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퇴임하고 낮잠이나 자며 어머니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는 춘부장을 불러내 회사 제일 안쪽 방과 회사 정원 한쪽의 텃밭에서 마음대로 시간 보내고 아들, 손자와 점심 식사 함께하고 정시 퇴근하게 해드리고 있단다. 이런 대견한 녀석 봤나! 직원도 여럿이고 연구소까지 두고 있다네. 3대가 함께하는 회사라니!
환갑을 지났으니 그럴 만은 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건 나로서는 보기 싫다.

녀석이 그랬다. 초중고대 선생님들 여럿이지만 나만 떠오른다고, 지식만 강조하지 않은 단 한 명이었다고, 밤낚시를 좋아해서 못가에 앉아 은하수 흐르는 밤하늘, 별들 바라보면 내 생각 하게 된다고...
그 녀석 그런 얘기 들으니까 낯간지럽긴 해도 영 헛일만 한 맹탕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다른 L이 나오기로 했는데 아프단다.

헤어져 집에 오니까 문자가 왔다. 못 갔다고. 어릴 때의 고운 그 모습을 그대로 그려주고 싶은 아이. 겨우 환갑 지낸 젊은애가 이 더운 여름에 누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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