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얘기 하면 “좋은 옷 입으라는 것이 아니라 깨끗이 세탁해 단정하게 입으라는 뜻”이라고 변명(설명)해주는 사람이 나타나지만, 오늘도 내 '카톡카톡'에는 ‘나이가 들수록 좋은 옷을 잘 차려입어야 한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퇴임 직후 아내가 내게 당장 요청한 것은 옷 좀 정리하자는 것이었다.
많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여름옷, 겨울옷 몇 벌에 엉뚱하게도 봄가을에 입으면 좋을 옷도 두어 벌 있어서 장롱이 비좁았다. 나는 그때까지 그 사정조차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연예인이나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퇴임 직전 병원을 드나들면서 깨달은 것은 나는 언제든 저승으로 갈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렇게 되면 아내는 내 옷 치우는 일만 해도 고생깨나 하지 싶은 것이었다. 무슨 염치로 그 일까지 번거롭게 하겠나.
마음먹기가 어렵지 버리자! 하니까 쉬웠다.
'이것도!' '이것도!' 하면서 눈 딱 감고 꺼냈는데, 그조차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혹 모른다 싶어서 겨울옷 두 벌, 여름옷 두 벌을 남겨 놓았는데, 십 년이 지나고 이십 년을 향해 가는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그 옷을 꺼내 입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뭘 입고 지내나?
허름한 작업복들이다. 용기를 내어 입어봤더니 다시는 정장을 차려입기가 싫어졌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정장을 입지 않게 되어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거나 무시·홀대당하게 되었나? 나는 그런 것에 별 거리낌이 없다. 사람들은 외양이나 차를 보고 대우해 준다. 그런 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옷을 차려입나? 천만에!
그럼? 아내가 자꾸 옷 좀 사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또 옷장을 채우라고? 초겨울이 되면 올겨울에는 그럴듯한 옷을 좀 살게, 대답하다가 한겨울이 되면 이번에는 내년에 살게, 대답한다. 여름에도 그렇게 한다. 이러다가 끝나면 홀가분해서 좋겠지?
영 홀가분하진 않다. 여름이 다 지나가도 단 한 번도 입지 않는 옷이 있고, 겨울이 지나가도 단 한 번도 입지 않는 옷이 남아 있다. 허름하고 유행이 지났을 뿐이다.
버리긴 버려야 하는데 지금 당장 버리기에는 또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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