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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이신율리 / 밍톈*

by 답설재 2026. 7. 12.

오토바이가 일제히 출발했다

악보 없이 연주하는 시나위처럼

 

하롱베이엔 더 많은 오토바이가 있다고 네가 말했고

나는 오토바이가 사라질 때까지

연주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서 있었다

 

사라져도 좋은 것들이 천천히 사라지는

풍등 날리기 좋은 날씨였다

 

여기도 복사꽃이 피네

높게 핀 그늘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상하게 나왔다고 우리는

분홍이 아닌 것 같다고

 

길가에서 자라는 화분은 꽃이 잘 피는 것 같아

잘 자라는 풀처럼 네가 말했다

 

어디든 섭섭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우리는

뿌리 없는 식물처럼 자랐다

 

모르는 나무에 이름을 붙여주면서

몇 번을 불러도 꽃이 피지 않을 것 같아서

밍톈.

 

그늘 없는 푸른 의자에서

화남으로 불어오는 플라스틱 바람을 맞았다

천만에요 괜찮습니다

이국의 말을 알려줬지만 너는

딴생각을 하느라 친절하게 미안했고

 

우리가 날린 풍등이 소원과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고수를 넣은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녹슨 철길을 건너

이끼 맛이 나는 마을을 돌아다녔다

 

미끄러운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우리는 이제 미끄러질 마음이 없어서

아이스크림이 손등을 타고 녹아내렸다

 

 

 

* 대만어로 '내일' 또는 '가까운 장래'를 의미한다.

 

 

- 이신율리 시집 《호수 빼기 참새》(시인의일요일, 2025)에서.

 

 

 

조만간 저 나무도 환상의 나라로 가겠지.

 

 

 

밍톈의 타이완, 그 타이완은 시인을 만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갔다.

내게는 그 나라는 반딧불이가 꽃잎처럼 휘날리는 환상이다.

모든 사람에게 타이완은 환상의 나라다.

아니, 우리가 가 본 모든 곳은 환상의 세계에 있다.

시인은 나를 환상의 세계로 데리고 가기 때문에 시를 읽는다.

 

주제넘긴 하지만, 이 시인의 환상의 세계를 누구에겐가 보여주고 싶어서 이 '밍톈'이라는 시를 골랐다.

이 저녁까지 내가 보낸 시간들, 내가 있었던 세상의 장소들,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은 환상의 세계에 들어가 있다. 그건 다행한 일이다.

내 환상의 세계가 날이 갈수록 풍부해져서 - 소설 《향수香水》(파트리크 쥐스킨트) 속 괴상한 향수쟁이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의 '향수 창고'처럼 - 수천수만 가지 기억이 저장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내 창고엔 모든 것에 대한 기억이 겨우 한두 가지뿐이어서 나는 그 빈약함을 시를 읽으며 채운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으로 혼자 시 읽은 얘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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