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여자의 옷이 칫솔이 슬리퍼가
50리터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다
옆집 여자는 죽었다
블랙아이스 때문이다
도로 위의 투명한 암살자
옆집 여자의 립스틱이 노란 머플러가
50리터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다
회갑 기념 여행 견적서가 아껴 아껴 몇 번 입지 않은
66사이즈 반투명 블라우스가
(딱 한 번 입은 것을 봤다 딸이 이탈리아 어디에 가서 사 온 옷이라고 자랑할 때 여자는 밝게 웃었다)
50리터 타는 쓰레기용 봉투에 담겨 있다
봉투는 모두 여섯 개
봉투는 모두 옆집 마당에 비스듬히 서서
잠깐의 볕을 쬐고 있다
투명한 볕
불투명이 투명으로 바뀌는 진시辰時의 볕
어제가 사라지는 마술
옆집 남자는 시동을 걸고 앞 유리에 낀 성애를
녹인다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간다
투명한 옆집 여자가 옆자리에 앉아서 간다
버려지기 이전의 깨끗한 것들이 들어 있는 쓰레기봉투
바깥에서는
불투명 인간 다수 마당에 서서
담배를 피우거나 볕을 쬔다
(엄마는 비닐이 질겨 좋다며 쌀도 사과도 쓰레기봉투에 담아 주었다 한번은 김치 물이 흘러내려 쓰레기봉투를 씻어서 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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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현 1967년 안동 출생. 1999년 『사람의문학』 등단. 시집 『우는 시간』 『원더우먼 윤채선』 『불투명 인간』.
출처 : 2026년 6월호 『현대문학』.

한 치의 착오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투명했던 인간도 투명해진다.
투명해져서 쓰레기봉투에 들어간다.
간단해진다.
이 일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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