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올해 두 살이 된 강아지
누렁이가 함께 살았다
그러다가, 설이 지나
할머니는 둘째 딸의 승용차를 타고
요양원으로 갔다
집에 누렁이만 남았다
이웃 사람들이 누렁이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었다
할머니는 누렁이가 보고 싶다
누렁이는 할머니가 보고 싶다
봄이 지나고,
어느덧 달맞이꽃이 피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도록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찬 바람이 불면서
누렁이의 깊은 눈에서
할머니의 옷깃이 사라졌다
몸짓이 사라졌다
그리고, 할머니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졌다
이제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이
쌓인 눈 위로 보였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먼 하늘에 할머니의 엷은 미소가 남았다
가끔, 그랬다
누렁이가 할머니의 그 미소를 얼른 알아채고
고즈넉한 밤하늘을 향해 컹컹 짖어댔다
............................................
윤희상 1961년 전남 나주 영산포 출생. 1989년 『세계의문학』 등단. 시집 『고인돌과 함께 놀았다』『소를 웃긴 꽃』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 『머물고 싶다 아니, 사라지고 싶다』.
2026년 6월 『현대문학』에서.

누렁이와 있다가 둘째 딸 승용차를 타고 요양원으로 떠난 할머니 생각을 하면 굳이 생에 대한 철학이 그리 깊어야 할까 싶지 않다. 괜히 잘 읽히지도 않는 책을 들고 더우나 추우나 그렇게 한 것이 우습고 쑥스럽다.
겨우 잊어가다가 먼 밤하늘에 떠오르는 할머니의 미소를 보고 컹컹 짖어대는 누렁이를 생각하면 나와 주변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랑과 정 같은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할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는 누렁이보다는 나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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