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가운 바람 가득한 이 세상에
너희들은 발가벗은 아이로 태어났다.
한 여자가 너희들에게 기저귀를 채워줄 때
너희들은 가진 것 하나도 없이 떨면서 누워 있었다.
2
아무도 너희들에게 환호를 보내지 않았고, 너희들을 바라지 않았으며,
너희들을 차에 태워 데리고 가지 않았다.
한 남자가 언젠가 너희들의 손을 잡았을 때
이 세상에서 너희들은 알려져 있지 않았았다.
3
차가운 바람 가득한 이 세상을
너희들은 온통 딱지와 흠집으로 뒤덮여서 떠나간다.
두 줌의 흙이 던져질 때는
거의 누구나 이 세상을 사랑했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세상의 친절? 친절하긴 뭐가 친절해!"
"이 세상을 사랑했었다? 혼자서? 일방적으로?"
그러고 싶지만, 그래봤자 별수 없으니 그만두었다.
살아오면서 나는 여러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줄 알았었다.
마지막 병상에서 홀로 있거나, 낯선 어느 여인에게 몸을 맡긴 사람 이야기를 읽을 때는 가련하게 여겼는데, 이제 나는 그 사람이 그렇게 간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게 되었다.
나는 또 내 몸이 변하고 있는 것을 의아해했었다.
변화가 느껴지면 '내가 왜 이러지?' '뭣 때문에 이렇지?' 했었는데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에는 또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생각해 본다.
충분히 이럴 때가 된 것이다. 누가 나에게 아직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분명 공연히 하는 말이다. 그런 게 어디 있나. 그런 건 없다!
나는 이제 모든 걸 인정하게 되었다.
다만 내 몸은 마지막까지 내가 관리할 수 있기만을 간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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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22일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에 장석남 시인이 소개한 시였다.
그땐 몰랐었다. 세상이 친절한 줄 알았다.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비꼬아 쓴 시인 줄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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