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정호승 / 밥값

by 답설재 2026. 6. 7.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어디서 이 사람을 한번 만나고 싶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요즘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어머니는 또 어떤 분인지, 이 사람은 지금도 그렇게 늠름하면서도 그 어머니에게 그렇게 송구스러워하고 있는지, 밥값을 위해 살아가는 일들이 신산(辛酸)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아냈는지, 우리는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그를 만나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詩 읽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희상 / 짖는 개  (4) 2026.06.18
베르톨트 브레히트 / 세상의 친절  (8) 2026.06.09
김상혁 / 나무 태우기  (6) 2026.05.28
서정주 / 花蛇  (4) 2026.05.22
장석남 / 뜰  (6)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