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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장석남 / 뜰

by 답설재 2026. 5. 7.

1

 

날마다 피는 꽃 너무 많아

뜰은 어쩔 줄을 모른다

이 무명 뜰은

한 가지 꽃만으로도 버겁건만

 

꽃 이름 하나씩 우물대며

광목 같은 걸음으로 나도 어쩔 줄을 모른다

어쩌자고 이토록 여럿인가

나는 무지한 홀로이건만

 

꽃은,

이름을 버리고 싶은 눈치다

솟은 꽃은 모두 새 빛깔과 향기로

제 여정을 숨기고 이름을 벗고

그늘에 비스듬히 누운 꽃마저도

작년 것도 그 전의 것도 없이

지금至今만을 빛낸다

 

냇물은

또다시 새 이름을 찾아 빛을 이고 가는데

꽃은 칠흑 어둠만을 이고 왔나봐

극약 같은 시간을 밀고 왔나봐

지금至今만을 떨고 있다

 

나는 꽃들의 새 이름을 찾다가

 

 

2

 

꽃 없는

낮잠

 

깨어나 다시 보니 꽃들은 다 울음 같아

모두가 내게로 와서 우는 것 같아

커다랗게...... 커다랗게

 

나는

앉네

 

 

 

 

 

나는 시를 가지고 건방지고 주제넘다. 나도 다 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한다. 그 즐거움을 양보할 수 없는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달마다 《現代文學》이 오면 몇 편씩 실리는 시들을 읽고 한 편을 골라본다.

즐겁지 않을 리 없다.

심사(審査)인가?

아니, 아니다!!! 큰일 날 생각이다.

그럼, 제일 좋은 시인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제일 쉬운 시인가? 그렇지도 않다. 나는 쉽고 어려운 걸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야기할 수가 없다. 음악처럼, 그림처럼, 느낌으로만 느끼기 때문이다.

만만한가? 그것도 아니다. 너무 만만한 것도 그렇고, 너무 까칠한 것도 싫다.

 

이번 달에는 '뜰'을 옮겨 썼다.

삼층집 '옥상정원(屋上庭園)'에서 꽃을 가꾸는 '준서 할머님'께 이 시를 보여주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해마다 꽃을 가꾸고 맞이하지 싶어서다. 준서 할머님은 블로그 "봄비 온 뒤 풀빛처럼"에 그 이야기를 싣고 있다.

 

그럼 나는? 가난한 나도 그렇긴 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그곳, 길이나 나무 옆 혹은 바위 아래나 어디나 아침저녁으로 새로 피어나는 이름 모를 꽃 앞에서, 혼자일 수밖에 없는 나는 혼자여서 더 황홀해하기도 하고 쓸쓸해하기도 한다. 끝없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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