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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이신율리 / 각시투구

by 답설재 2026. 5. 5.

 

 

 

 

이신율리 시인이 시 '각시투구'로 '제2회 웹진시산맥 작품상'을 받는다.

 

각시투구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 시 보고 처음에 그 생각을 했었다.

비 온 뒤 산비탈에서 볼 수 있을, 뿌옇고 밋밋하고 짤막하고 옹골찬 버섯? 독버섯!

일단 그렇게 생각해 두었었다.

얼마 후 인터넷 검색창에 넣어봤다. 전혀 엉뚱해서 '이게 어떻게 각시투구란 말인가!' 싶었고, 이후로도 나는 뿌옇고 밋밋하고 짤막하고 옹골찬 독버섯쯤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각시투구=독버섯!

 

이신율리 시인에게 각시투구는 어떤 존재일까?

한여름 땡볕에도 위축되지 않는 까만 곤충? 땀도 흘리지 않고, 굶어도 죽지 않고, 웬만큼 다쳐도 기어가다 날아가는 곤충, 독한 곤충?

아니면 뽑아내 봤자 며칠 후 다시 솟아오를, 석 달 열흘 가뭄에도 살아갈 수 있는, 화려하게 살아보자는 꿈같은 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 그렇지만 주눅 들거나 의기소침하지 않는, 지금까지 여러 전투에 나가 혁혁히 빛난 적은 없지만, 몇 군데 금은 갔어도 쓸모없어서 버려질 리 없는 철제 투구 같은 식물?

 

그런 짐작을 해보면서 나는 사실은 나 자신의 삶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설명하기도 싫고, 그럴 필요도 없어진, 그렇지만 그 곤궁이 하루도 생각나지 않은 날 없었던 삶......

내가 그 각시투구를 내 것으로 삼아도 뭐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나는 결국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그 각시투구를 시인만의 것으로 결정해 버렸다.

그 시인이 내내 그 각시투구가 되어 나아가도록......

그 시인에게 그런 독이 있다면 뱉어내지 말고 지니고 있기를......

하필 선녀, 공주처럼 살 것까지는 없으므로.

시인으로서는 허접하지 않은 시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할 것 같으므로.

 

 

 

내 속은 빨강이어서

독으로 향하는 첫 마음 같아서

오후의 궁리는 시작된다

독이 자란다면 구름은 알까

삶이 어긋나는 오기처럼 구름이 일까

자란다는 건 독을 키우는 일

어떤 생각을 하면 독이 깊어질까

침묵을 모아 독을 만들 수 있을까

독으로 자라는 잎사귀를 따라 여름이 흘러가거나

축제를 끝내기도 하고 나를 꺼내놓기도 하면서

여름이 여름의 둘레를 재는 동안

각자의 하늘은 사방을 허물어 쓰러지기도 하는데

잘 달인 비밀은 뜨거워야 하니까

아무도 모르는 여름을 훔쳐 활을 당긴다

내일에 대해 물으면 자막 없이 한 방향으로

전투적인 화살이 꽂히는 곳

오후의 숲이 붉게 부풀어 오른다

해독되지 않는 향기를 섞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암호

혼수상태 치명적인 팔월

만져지는 것은 모두 독의 결 같아서

자줏빛으로 투구꽃을 그리고

폭염이라고 독하게 말하는

팔월을 힘껏 던지자 얼어붙은 밤이 열렸다*

* 각시투구꽃의 꽃말

 

 

 

'웹진시산맥 작품상'은 프로필에 한 줄 보탤 수 있을 만한 상일 것이다.

 

2019년 오장환신인문학상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수 빼기 참새』

 

이름 빼면 세 줄이었는데 이제 한 줄을 더해서 네 줄이 되겠다.

그렇다고 얼른 채우고 싶어서 허접한 몇 줄을 더하지 않을 시인.

 

2019년 오장환신인문학상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2026년 제2회 웹진시산맥 작품상

시집 『호수 빼기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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