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숯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려나?
망토 자락을 여미며 여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오빠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시계소리 서마서마 무서워

유종호 문학평론집《시와 말과 사회사》에서 이 시를 보면서 내 여동생을 떠올렸다.
그 고운 애도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애를 늘 소녀적 모습으로 떠올린다.
지금 우기(雨氣)가 차서 수십 리 멀리 산비탈을 오르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괘종시계를 바라보는 저 여동생이 내 여동생과 꼭 겹쳐서 떠오르는 것이다.
그 애는 더러 다녀가면서도 금방 나와 함께 식사하고 하루저녁 같이 자고 일어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세상에 그 애 단 한 명이다.
나는 그 애가 나를 그리워하는 걸 잘 알고 있고, 그 애가 나를 그리워하는 것만큼 나도 그 애를 그리워한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사실은 저 시 속의 여동생 마음을 그저 짐작만 하듯 내 여동생이 나를 그리워하는 그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그 애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저 애는 저렇게도 저러는구나...' 할 뿐이다. 거기에 대해, 그 애가 무슨 말을 하든 누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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