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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1000명이면 1000명, 다 다른 감상의 눈

by 답설재 2026. 4. 7.

최후의 심판 / 미켈란젤로(출처 : siminkay님 블로그). 소설 "요크셔 시골 마을에서 보낸 한 달"에서 이야기한 그 벽화가 이 그림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 블로그에 내가 읽은 시를 옮겨 쓰면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냥 옮겨 쓰기만 하면 아무 탈이 없을 것을, 시를 읽을 때의 생각이나 느낌을 덧붙여 오해를 사는 것이다.
대부분 아뭇소리 않지만 한둘 덤벼들 듯하는 사람이 있었다. "왜 어째서 그러냐?" 그럴 때 나는 참 곤혹스럽다.
개인적인 감상에 대해 왜 그러냐니,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지 원......


사람들은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생각하거나 느끼는 바를 이야기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 감상은 개인적인 것이라는 걸 인정해준다.
나는 "시도 그렇다!"라고 외치고 싶은데,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시에 대한 시험문제를 풀었고, 그 문제는 대개 객관식이어서 시의 느낌을 단 하나의 단어로 대답(선택)한 경험이 '풍부'해서 그 인식이 굳어져버린 영향일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나서서 그렇게 잘못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다시 다 가르칠 수는 없는 일이니 어떻게 하나, 가능한 한 대답해주지 않고 애써서 피할 수밖에 없다.


소설 "요크셔 시골 마을에서 보낸 한 달"(J. L. 카)은 시골 교회 벽화 복원 일을 맡은 런던 총각 톰 버킨과 그 교회 목사 부인 앨리스 키치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다.
이루어지지 않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는 이들의 이야기가 세상 어느 소설에도 밑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이 소설에는 톰 버킨이 벽 속에 숨어 있던 그림을 복원하며 감동하는 장면이 몇 군데 나온다.
 

숨이 멎을 듯한 광경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때 숨을 쉴 수 없었다.) 엄청난 색채의 폭포 즉, 정상에서 다양한 색조의 푸른색이 떨어져 내려 붉은색의 급류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위대한 작품이 그러하듯이, 부분으로 당신을 매혹하기 전에 전체라는 망치로 당신을 내려치는 것이다.
저녁 내내 나는 그 그림에 완전히 빠져들어 문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고 내 곁에 있는 그를 보고 미처 놀라지도 못했다. 잠시 후 그가 말문을 열었는데, 그 역시 장엄한 벽화에 푹 빠져있었음이 분명했다.(142)
 

"여기 좀 봐." 그가 말했다. "저 얼굴들을 보라고. 묘하게 현실감이 있어 보이잖아. 이 사람들은 실존 인물이라고 맹세할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실존 인물이었어. 저기 있는 양치기 천사 둘, 채찍을 든 사람들, 장담하는데 저들은 춤을 추고 있어. 환상적이야! 그거 아나. 어떤 점에서 이 벽화를 보고 있으면 프랑스에서 겪었던 끔찍한 고초가 다시 떠올라. 특히 겨울, 포격이 시작되면 저마다 지금이 밤인가 궁금해했던 그 붉은 저녁들….
 
'그리하여 시뻘건 상처를 입은 채
산 자와 죽은 자에게 저주를 걸기 위해 그가 올 것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보지 않았다. 절대 그런 식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옥스갓비는 다른 세상이었다. 그래야 했다. 내게 이 그림은 단지 그 당시의 기준에 비해 독특한 그림을 그린 중세 벽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음, 우리는 서로 다른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그러므로 하다못해 천 명 중 한 명이라도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무 소용이 없다. (...) 하지만 문의 귀에는 내 말이 들리지 않은 것 같았다.(143~144)

 

 

이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눈으로 사물을 바라본다. 그러므로 하다못해 천 명 중 한 명이라도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 사물을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소설은 시처럼 읽을 수도 있다. 나는 이 사랑 이야기를 시라고 생각하고 이 글을 써보았다. 톰 버킨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도 있고, 그의 친구 문처럼 생각하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건 공공 블로그가 아니고 답설재의 블로그이고 내 마음대로 쓰는 거니까 시 감상하는 것까지 못마땅해 여기지 말고 '이 사람은 우습구나. 이 시를 읽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혀를 끌끌 차고 넘어가주기 바란다.

굳이 덧붙이면, 시를 옮겨 쓰면서 뭐라고 한두 줄 쓰는 건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고 싶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