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종소리의 상속자,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종소리, 그 종소리의 상속자다,
자정의 고속버스터미널, 46억 년쯤 된, 진흙종, 아무도 모르게, 엎어져 있다, 그 옆엔, 종소리의, 상속자가, 쪼그려 있다, 짓밟힌 진흙같이, 오고 가는 흙자국들, 떠나고 돌아오는 흙먼지들, 그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으깨져, 아무것도, 떠나지 못한다, 돌아오지 못한다,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종소리는, 검은 터미널 같구나, 아무도 듣지 못하는 종소리, 자신도 들은 적 없는 종소리를, 노래 부르는 것밖에, 그 밖에 무엇을 해야 할까, 그는, 종소리의 상속자다,
어쩌면 46억 겁 전의 심해 속에, 떨어져 있었을지 모르는, 아무 소리 없는, 종이 있다, 그는, 아무도 가진 적 없는, 숨과 혼으로, 으깨진 흙의 음을 맞춰본다, 종소리를 들어본다, 아무것도 아닌, 그는, 종소리의 상속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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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후 1971년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현대문학상> 수상.

이 시는 2016년 5월『現代文學』에서 봤다. 10년이 지났다.
'가을 종소리'라는 시를 찾고 싶어 한 적이 있다. 학교 다닐 때 어느 신문인가 잡지에서 봤는데 인터넷이 있으니까 찾아질 것 같기도 했고, 세상의 시가 어디 한두 편인가, '시경(詩經)'이나 '고문진보(古文眞寶)' 같은 책에 실린 시도 아니지 않은가 싶기도 했다.
제목이 유사하거나 내용이 그럴듯한 시는 많았지만 그때의 그 정취를 느끼게 하는 시는 눈에 띄지 않았고, 막상 찾게 된다 해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느낌을 되찾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시를 읽게 되었고, '내가 잃어버린 그 시보다 훨씬 가을 종소리답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또 이런 생각도 했다.
'그 시를 찾길 잘했지. 그 노력으로 이 시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아득하게 멀어져 간 「가을 종소리」는 영영 찾지 못하고 말겠지만 섭섭해하지 않아도 좋겠지.'
읽으며 이만한 상속을 받을 사람이 잘 있겠나 싶었고, 그다음에 읽을 땐 사람은 누구나 이런 상속자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어쨌든 '상속자'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삶이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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