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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김광규 / 교대역에서

by 답설재 2026. 7. 8.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 전철로
갈아타려면 환승객들 북적대는 지하
통행로와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내려야 한다 바로 그 와중에
그와 마주쳤다 반세기 만이었다
머리만 세었을 뿐 얼굴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바쁜 길이라 잠깐
악수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곽효환 시인은 이 시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만나면 하는 인사가 있다. 언제 한번 보자고 또는 언제 식사 한번 하자고 으레 건네는 말의 진의는 무엇일까. 3호선과 2호선 전철이 교차하는 교대역, 사람들로 북적대는 통로에서 만난 사람이 있다. 그것도 반세기 만에. 가장 가슴이 뜨거웠을 십대 후반 혹은 스물 초반에 함께 웃고 울었을 얼굴. 하얗게 센 머리만 빼고는 그대로인 그와의 이 기적 같은 만남은 당연히 부둥켜안고 요란을 피우다 어디 가까운 대폿집에라도 가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자리로 이어졌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악수만 나누고 헤어졌단다. 서로 얼마나 바쁜 길이었길래. 오늘 우리의 모습이 이럴 것이다. 잠시 반가운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언제 다시 보자며 총총히 등을 돌리는. 그것이 마지막일지도,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작은 약속도 잊지 않고 먼저 전화를 걸어 만남을 잡는 섬세하고 자상한 김광규 시인의 촌철살인에 어느새 속물이 된 내가 더없이 부끄럽다. 어디론가 숨고 싶은 아침이다.

(곽효환·시인)
[중앙일보] 2013.04.15. [시가 있는 아침]
 

 

 

20231031-1




나도 모르겠다.

·그 자리에서 회포를 풀기는 어려우니까 일단 거처나 알아보고 헤어진다.
· 무조건 어디 가까운 술집으로 가자고 적극적으로 나선다. 적극적으로!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술집으로 가면 무슨 얘기를 얼마나 하게 될까. 차라리 헤어지고 마는 게 더 나을 일을 공연히 어색하게 되는 거나 아닐지…
· 외면하고 지나가면서 지난날들을 떠올려보고, 사는 건 다 그렇고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 저렇게 악수나 하고 헤어진다. 그 대신 만면에 웃음을 띠고 큰소리로 안부를 물으며 반가움을 가장한다.
결국 그렇게 해야겠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그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그렇게 헤어지면 거의 다시는 못 만난다는 것. 마지막 인사라는 것. 이승의 일들이 그렇게 마무리된다는 것.
김광규 시인의 저 시 행갈이는 특이하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게나 바꾼 것 같지만 그게 아니고 시를 단숨에(일념으로) 읽어내려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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