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괜찮다.
내 어떤 얘기는 '이러다가 이 사람 곧 죽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겠지만, 내게 다가오는 이 단계들을 나는 순순히 맞이하고 있다. 그 속에서 또 숨 쉬고 살아가는 방도를 마련한다.
나는 나름대로 바쁘다.
간헐적으로 헬스장에 가면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두어 명 있고, 내가 정해진 시각도 없이 불쑥불쑥 나타나서 웃으면 다 알면서도 뭐가 그리 바쁘냐고 자꾸 묻는다.
나는 웃기만 하거나 "그러게요. 하는 일도 없이 뭐가 그리 분주한지요" 하고 구체적인 건 알려주지 않는다.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줄 수가 없기도 하지만, 그 이유 중에는 아내에게는 이야기하고(이야기하지 않아도 아내는 다 알고 있고) 남에게는 말하기 싫은 것도 있다.
이렇게 바쁜 게 내 삶의 방도가 된다.
이건 내 블로그니까 한두 가지는 써놓을 수 있다.
자고 일어나면 뭐부터 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다. 소소한 일들이 나를 기다린다. 식사하기 전의 할 일이 열 가지도 넘는다. 물론 식전에 먹어야 할 약을 잊지 않는 것도 그중 하나다.
식사하고 나서 당장 해야 할 일도 몇 가지 있다.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도 그중 하나다. 커피포트는 까짓 거 대충 헹군다. 그래도 그 절차와 유의점은 내 취향대로니까 모르는 사람이 보면 꽤 까다롭고 복잡하다. 나는 어제의 커피봉지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건조된 그 가루를 모은다.
몇 가지 소소한 일을 하고 식후에 복용해야 할 약을 먹은 지 30분 이상 지나면 내 입맛에 딱 맞도록 내려와 있는 커피를 마시며 컴퓨터 앞에 앉는다.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할 일도 몇 가지가 되는데 그걸 여기에 다 쓸 수는 없다. 귀찮기도 하다. 생략!
일어설 시간이 되면 다 낡아서 아내가 시시때때로 못마땅해하는 가방을 둘러메고 워킹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우리 동네에서 시작되어 시가지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냇물을 따라 내려가고 올라오는 길은 즐겁다.
나는 운동이 되도록 걸으려고 하지 않는다. 뭐 하려고…
그럼? 저 풍경들을 살펴본다. 하루도 똑같지 않다.
꽃들은 어제보다 더 피었다. 꽃을 보느라고 먼 산은 방치했었는데 사진을 찍으며 발견하게 되었다.
돌연 활짝 피어난 금계국 때문에 홀아비꽃, 아니 괴불주머니꽃을 못 보았다. 괴불주머니꽃들은 금계국을 피해 돌틈에서 솟아나 좀 작은 꽃들을 피워내고 있다. 금계국도 칡덩굴처럼 이 세상을 뒤덮으려 하고 있을까?
냇물과 양안(兩岸)에는 볼 것이 너무 많다. 그걸 어떻게 다 열거할 수 있을까. 그럴 필요도 없고 불가능하기도 하다.
사람들도 살펴봐야 한다. 그들도 나를 본다. 어쨌든 대체로 나는 그들에게 뒤처진다. '영감쟁이, 매일 아침 뭘 저리 살필까? 꼴에 저래도 운동한다고 나왔겠지?'
하하하…
내일은 뭘 보나? 내일 보면 된다. 한번도 정해 놓은 적은 없다.
괜찮다.
운동하러 나갔으려니 할 아내가 알면 한심해 하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게는 운동보다 내가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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