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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홀아비꽃'에 대한 오해

by 답설재 2026. 6. 16.

나는 어릴 때 홀아비를 만난 적이 없다. "홀애비" "홀애비" 말은 많이 들었다.

어디 책에 그렇게 개념 규정이 되어 있었지 생각될 만큼 '홀아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초라한 행색에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이 나이가 되었고, 이제 혼자 사는 남자가 넘쳐나는 세상이고 연예인들을 필두로 일부러 결혼을 하지 않는 건 아닐까 싶은 경우가 너무 많아서 아무도 그런 이들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않게 되었는데도 '홀아비'라는 말을 떠올리게 되면 예전의 그 이미지가 또 그대로 떠오르는 것이다.

나의 이 사고방식을 나는 홀아비꽃을 보면서 스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꽃이다.

 

 

 

 

 

 

이 꽃 사진을 찍어 놓은 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이 꽃은 이렇게 애잔해 보이지 않고 말쑥하고 멀쩡하다.

그런데도 나는 개천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이 꽃에 눈길이 갈 때마다 일부러 그런 생각을 하려고 애를 썼다.

'아이고, 홀애비꽃이로구나. 딱하지. 어쩌다가 꽃인데도 그렇게 추레하니?'

그러면서(측은히 여기고 딱하게 취급하면서) 나는 저 꽃의 생김새에서, 하다못해 자리 잡은 곳에서부터 추레한 면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바로 저 모습이 추레한 거지 생각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자꾸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제 저 꽃만 보이면 '아아, 추레한 저 홀애비꽃...' 하며 지나가게 되었는데, 우리 동네 그 산책로에는 나의 홀아비꽃이, 금계국(Coreopsis) 다음으로 많은 꽃 명단에 오르지 싶을 정도로 많이 피어 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요즘 심심하면 네이버의 렌즈를 갖다 대어 보는 짓을 하고 있는데 '보자, 홀애비꽃은 뭐라고 설명되어 있고 꽃말은 뭘까?' 하게 되었고, 하! 이런! 나의 저 홀아비꽃은 놀랍게도 홀아비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오류투성이다!

한마디로 나는 거짓말쟁이다!

억울한 점은 있다.

저 홀아비꽃은 언젠가 야생화 전문가의 블로그에서 봤나, 아니면 우리 시청에서 하천가 옹벽에 붙인 야생화 사진에서 봤나, 분명히 보고 익힌 사실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홀아비꽃을 검색해 보았다. '이게 홀아비꽃이 아니라고? 그럼 뭐가 홀아비꽃이란 말인가?'

아, 이런!

엉뚱하다. 부정할 수 없는 증거가 또렷한 사진으로도 제시되어 있었다. 다른 사이트를 찾고, 또 다른 사이트를 뒤지고 해 봤자 '허사'였다. 홀아비꽃은 '홀아비꽃대'가 공식 명칭이고, 사이트마다 (내가 보기로는) 정말로 애잔하고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 꽃들을 일사불란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저 노란 꽃은 세상에서 나만 "홀애비꽃" "홀애비꽃" 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괴불주머니꽃'(의 일종)이라는, 저 꽃에 썩 잘 어울리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더 이야기하기가 쑥스러워서 '괴불주머니'가 얼마나 예쁜 이름인가는 쓰지 않겠다. 그걸 내가 왜 써야 하나! 그건 너무 가혹하다. 쩝...

 

이제 남은 건 사과를 하는 일이다.

누구에게?

괴불주머니꽃에게, 홀아비꽃에게?

우습지만 나는 이제 홀아비꽃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만나봐야 사과를 하든 뭘 하든 할 것 아닌가.

괴불주머니꽃에게는 내일 당장 사과를 하겠다. 그동안 미안했다고. 쩝...

 

그러고 보면 지금 세상에는 "홀아비"라는 말을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무용(無用)해진 것이다(유종호 평론가에게 이야기하면 그런 단어는 사라져 가는 단어라면서 길고 재미있는 얘기를 쓰지 싶다).

나는 구태의연한 꼰대가 분명하다.

나는 행색이나 생각이나 다 추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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