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확인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아내는 이미 어제저녁에 잠실행은 취소했고 이웃 동네 백화점에 간다는 얘기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었다.
치매 끼는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만들어지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나.
가는 길로 점심이나 잘 먹으면 나로서는 그만이니까 서두를 것 없어서 동기회 카페에 들어가 봤다. 쉴 새 없이 '좋은 글'이 떠오르고 몇 명은 그 카페 어느 메뉴를 독점하고 부지런히 포스팅을 하고 있다.
누군지 유튜브에서 "내가 떠난 뒤 자식들이 가장 먼저 내다 버리는 10가지"란 파일을 새로 퍼다 놓았다.
1. 평생의 훈장과 메달 : 나에게는 영광의 상징이지만 쇳조각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렇겠지. 나는 그 훈장을 가족에게도 보여준 적 없고, 자식이 부모의 훈장을 어디에 써먹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다. 내가 떠난 뒤에는 정말 내다 버리게 되는 종목에 지나지 않겠지.
2. 골동품 : 고물에 지나지 않는다네? 그렇다고 '진품명품'에 내놓을 만한 것도 없다. 다 가품이다.
3. 앨범 : 찬란했던 청춘과 가족의 역사가 짐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네? 사실은 지금도 짐덩어리다.
4. 서류와 편지 : 파쇄기로 들어간다는데 나에게는 파쇄기조차 없다.
5. 책 : 지혜를 물려주려고 아껴둔 책들이 폐지가 된다네?
6. 진열장의 장식품 : 이것 역시 쓰레기!
7. 대형 가구 : 폐기물 버리는 비용만 들어갈 애물단지.
8. 유행 지난 비싼 옷 : 헌옷 수거함으로 들어갈 폐품!
9. 최고급 그릇 : 한번 써보지도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10. 미련 : '언젠가는 꼭 쓰겠지' 생각하지만 남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쓰레기. 주변을 홀가분하게 해야 남은 삶이 가벼워진다!
그럼 도대체 뭘 갖고 있으란 얘기지? 돈? 돈 아니면 다 필요없다는 얘기겠지.
아내는 점심을 사주더니 양산, 여름 바지, 내 여름 점퍼, 프라이팬(웍팬)을 구입했다.
"여기 오기 전, 우리 동기회 카페에 들어가 봤더니 이런 거 다 필요 없다네. 이제 미련을 버려야 해, 이 사람아!"
내가 그렇게 말하면 아내는 마침내 내가 중증 환자가 되었다고 하겠지?
"그만 사자"는 말이 입에 뱅뱅 돌았지만 참았다. 버릴 게 늘어났지만 '오십 보 백 보'다.
그것도 그렇다. 유튜브에 그 파일을 올린 그 사람 자신은 아직도 온갖 좋은 물건을 사다 나르는지 누가 알겠나.
그러니까 이렇게 하자. 버리고 사고, 사고 버리고 하자.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하자. 쌓아 놓지는 말자. 무슨 일을 칼로 두부 자르듯 할 수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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