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밖으로 나갔을 때 얘는 얼른 일어서서 다가오며 한참 동안 뭐라고 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걸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답답하긴 하지만 대충 알아들었다는 듯 "응" "응" 하며 서둘러 밥을 주었는데 녀석은 마치 "난 밥이 급한 게 아니란 말이에요." 하는 듯 딴전을 피웠다. 한참만에 기지개를 켜더니 마지못해 좀 먹겠다는 듯 밥을 먹고 물도 할짝거렸다.
여담이지만 이놈들은 생기기는 호랑이 같은데 앉음새를 보면 아무래도 좀 딱한 느낌이다.

저 애들이 와서 뭐라고들 부산을 떨다가 밥을 먹자 이 녀석은 내 움직임에 따라 이쪽저쪽으로 돌아앉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답답한 사람이지만 일주일에 이틀은 만나니까 정은 들었지, 그랬겠지.

두 녀석이 먹는 동안 그 녀석은 어슬렁어슬렁 이것저것 살펴보며 잣나무 아래 내가 앉아 쉬는 바위 뒤로 가더니 곧 길을 따라 내려갔다. 뒷모습이 쓸쓸했다. 미안해서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인사지만 다 저녁에 어디 가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녀석은 '사람과의 소통에는 한계가 있어' 하고 생각했을 것 같았다. 녀석들이 자는 곳은, 내가 알기로는 그쪽이 아니다.

여기 남아 있는 한 녀석도 '쟤 어디 가지?' 하고 바라보았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나와서 얘기할 때 봤다. 핸드폰 세 대를 나란히 놓고 에이아이(AI)끼리 얘기하게 했더니 그들은 곧 상대방도 AI라는 걸 알고 "인간들이 아니네?" 하고는, 인간은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네들만 알아듣는 신호로 교신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김 교수는 인간의 언어란 그렇게 원활한 건 아니어서 인간끼리도 말하고 싶은 걸 대화를 통해 다 주고받지는 못한다고 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다만 김 교수는 어린애들과는 의사소통이 흡족할 수 없다는 예를 든 것 같은데 내 경험으로는 어린애들도 어른을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교수는 어린애들을 별로 상대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나하고 그중 제일 친한 그 고양이는 오늘도 내가 답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어디론가 사라졌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한 번 얘기해서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면 곧 포기하는 경향이다. 억지로 밀어붙이는 건 쓸데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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