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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이호의 전화

by 답설재 2026. 5. 15.

 

 

 

저녁에 이호가 전화를 했다. "5월 15일이어서요."

 

이호는 1969년에 만났고, 3년을 내리 담임해서 1971년에 졸업한 아이다.

그 아이는 그때 70명 중 나이가 제일 많았으니 지금 69세 아니면 70세일 것이다.

얼마 전 동기인 여자아이와 함께 우리 동네를 다녀갔다.

그 여자아이는 우리 반에서 1, 2위를 다투었다. 냉장고에 1주일을 두어도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를 여러 팩 집 앞까지 갖다 주고 가서 아내에게 생색이 났었다. 실컷 생색을 내는 대신 나는 딸기를 싫어한다면서 아예 먹지 않았다.

그날 그들과 식사한 곳을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건 비밀이 되었다. 그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면 그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나. 그게 바로 치매라면서, 그런 현상을 치매라고 한다면서 실실 쪼개겠지? 그것들은 내가 쪼갠다는 말도 모를 줄 알겠지?

 

이호는 전화 말미에 일이 있어 밖에 나간다고 했다.

"이 밤에?"

"괜찮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조심해야 하네."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그럼 편히 주무십시오."

우스운 자식, 저는 밖에 나간다면서 나더러는 주무시라니, 나도 자려면 멀었다, 지금은 아직 초저녁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나저나 현직에 있는 선생님들께 미안하다.

나는 마음 편한 스승의 날을 보냈고, 그들은 받는 것도 없이 기분만 언짢은 날이었을 것이다. 나도 해마다 그랬기 때문이다. 1원짜리라도 선물은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라고? 그게 좋은 일인가?

내가 모르는 무슨 철학이 있을까?

있겠지. 모르겠다. 내가 뭘 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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