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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혼백의 결박 풀기

by 답설재 2026. 7. 28.

그날, 산소 정리를 마치고 돌아와서 나는 더 이상 아버지 어머니의 제사나 차례를 모시지 않기로 작정했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혼백을 땅에 의한 결박, 핏줄에 의한 결박, 모든 인연에 의한 결박, 한 솥에 먹은 밥에 의한 결박과 이 세상의 비닐망에 의한 결박에서 풀어 드리기로 했다. 이것이 이제 늙은 나의 마지막 예절이고, 어려서는 부모 속 썩이고 자라서도 변변치 못했던 아들이 부모에게 드리는 가장 좋은 자유의 선물일 것이었다. 아내도 내 뜻에 동의했다. 이로써 내 부모의 혼백은 피조물의 모든 결박을 끊고 무無와 공空으로 돌아갔다.

그러하되, 이마 40년 전에 혼백이 떠나간 유골을 놓고 이제 와서 무네, 공이네, 선물이네 하는 나의 말은 유골의 침묵 앞에서 객쩍다.

 

 

김훈의 산문 "허송세월" 중 '보내기와 가기'에서 옮겨 썼다.

 

 

 

 

 

 

50여 년 제사를 지냈다.

나중에는 어린것들을 데리고 혼자 지냈다. 그 세월이 반이다.

김훈은 결연하다.

 

혼백이 있어 제꾼 중 누가 언짢은 느낌을 가지면 알아 채릴까?

더러 뉴스가 되듯 제꾼들간에 대판 시비가 벌어지면 혼백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김훈의 결연함이 새로 보인다.

 

아내는 봄풀 돋듯하는 생활의 서러움 혹은 슬픔 속에서도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제물을 차렸다.

준비는 별것 아니어도 정결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려는 듯했고 그게 무거울 것 같았다.

한결같았다.

나는? 아내의 것으로써 되었다고 믿었다.

다른 일은 없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런 세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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