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사람도 많지만 인간도 많다.
나는 이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혐오스러운 대상에게는 "그 인간, 이 인간 어쩌고" 하고, 여느 대상에게는 "그 사람, 이 사람" 해왔는데, 스스로 그걸 인정해 줄 수 있는 글을 발견했다.
김현경이라는 작가가 쓴 《사람, 장소, 환대》(문학과지성사 2016)라는 책인데, 프롤로그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다 읽고 본문을 펼치자마자 나타난 문장이었다.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공동체─도덕적 공동체─안에서 성원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즉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 이 두 단어는 종종 혼용되지만, 그 외연과 내포가 결코 같지 않다. 인간이라는 것은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지, 사회적 인정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개체가 인간이라면, 그 개체는 우리와의 관계 바깥에서도 인간일 것이다. 즉 우리가 그것을 보기 전에도,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고유한 특성에 의해 이미 인간일 것이다. 반면에 어떤 개체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나는 '사람, 인간'이라는 상징적인 두 단어를 얄팍한 수준으로 사용해 왔을 것이다.
또 상징적인 위의 문장을 얇게 해석하고 여기에 옮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흥미와 관심을 느끼며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누군가 이 글 읽고 '저도 인간인 주제에...' 생각할 것이 분명하지만(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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