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호영(단편소설) 「청음 수업」
《현대문학》 2025년 12월호
나는 굼에게 박자와 조성의 개념과 화성학 기초를 가르쳤다. 손가락을 접어가며 리듬을 정확히 세는 방법, 악보를 읽고 쓰는 법도 가르쳤다.
나는 도와 솔을 동시에 쳤다.
─ 완전 5도. 안정감이 느껴지니?
내가 물었다.
─ 별로요. 멀리 떨어져 있고, 공허한 느낌인데요.
굼이 말했다.
─ 완전 5도는 신성함과 완전함의 상징이야. 무려 고대 그리스 때부터.
─ 완전해야만 좋은 거예요?
작곡을 전공하려는 대입 준비생에게 청음을 가르치는 음악 전공 청년의 이야기다. 아이는 아들 교육에 혼신을 다하는 어머니와 산다. 월드 클래스 가수가 아버지이긴 하지만 함께 있지 않고 이야기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청년은 아이에게 자신은 아빠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등장인물들은 독특하다. 개성적이다. 사실은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독특하고 개성적일 것이다.
김 선생님이 내게 귀인인 것처럼, 나도 역시 굼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 방법을 몰랐고, 마음도 따라주지 않았다. 굼이 내가 쓰는 2B 연필이 좋아 보인다며 선생님 것을 사는 김에 제 것도 사다 달라고 했을 때 나는 조금 놀랐다. 나는 남에게 그런 부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탁할 정도로 무언가에 마음이 동한 적이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김 선생님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진짜 원하는 것을 생각하는 일은 익숙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았다. 그럴수록 지금의 나를 이루는 모든 게 가짜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나는 굼에게 연필 한 자루를 사다 주고 값을 100원 단위까지 칼같이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때의 나로선 그 애에게 공짜로 무언가 해주어야겠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묘하다. 묘한 느낌으로 읽히는 소설이다.
모처럼 소설 같지 않은 소설, 진짜 같은 소설을 읽었다.
단편소설 가지고 남은 페이지를 확인하며 읽은 건 모처럼이었다. 지루하면 남은 페이지를 확인하곤 하는데, 줄어드는 페이지를 보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려나 궁금해했다.
대화는 짤막짤막해서 더 좋았다. 실제 같았다.
아이를 가르치다가 팽개치고 만다. 그랬는데 결국 아이는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는, 일이 잘 풀렸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결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런 소설은 모처럼 봤다.
단어나 문장이나 상황의 전개가 나를 고생시키지도 않았다.
작가는 1989년 대전 출생으로 2025년에, 그러니까 올해에 『현대문학』에 등단한 소설가다. 프로필에는 그것밖에 없다.
내가 젊다면 이 소설가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볼텐데…… 어쩔 수 없다. 아쉬운 일도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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