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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무라사키 시키부 일기」 속 정원

by 답설재 2025. 12. 1.

이런 정원이 있다.

연못이 있고, 그 연못으로부터 도랑물이 졸졸졸 흐르고, 스님들의 독경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오는 정원, 그 정원의 연못은 휘영청 달빛 아래 중궁을 돕는 여러 명의 여방들이 뱃놀이를 할 만큼 넓다.

 

 

어느덧 완연해진 가을빛 속에 이곳 스치미카도 저택은 매우 운치가 있다. 연못가 나무 끝이나 도랑가 풀들이 곱게 물들어 있고, 하늘빛 또한 부드럽고 그윽하기 그지없다. 그 속에서 나지막이 울리는 스님들의 부단 독경 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청아해서 가슴에 와 닿는다. 아마도 저녁부터 저택을 휘돌아 부는 바람 소리, 졸졸졸 흐르는 도랑물 소리와 함께 이 밤이 다 가도록 들려올 것이다.

 

 

여방(女房)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의《무라사키 시키부 일기》 첫머리 '1. 스치미카도 저택의 가을 - 1008년 7월 19일'의 전반부만 읽고는 이곳이 정원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연못이 나오는 건 그렇다 치고 졸졸졸 흐르는 도랑물 소리, 스님들의 독경 소리 때문이다.

해제에 의하면, 이는 좌대신 후지와라노 미치나가(藤原道長, 966~1027, 쇼시 중궁의 아버지)의 저택으로, 현재의 교토 황궁 안에 위치해 있고 면적이 11,881㎡(3,600평)에 이르러 당시의 세력을 상징한다.

이날 일기의 후반부는 회임 중인 쇼시 중궁 이야기로 이어진다. 쇼시(彰子, 988~1074)는 제66대 이치조(一條) 천황(재위 986~1011)의 중궁으로 1008년 현재 21세였다.

 

 

중궁님께서는 몸도 무겁고 해서 여러모로 힘드실 텐데 내색 한번 하시는 일 없이 여방들 얘기를 들으시며 차분히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 정말이지 우리와는 전혀 다른 대단하신 분이라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데, 사실 중궁님에 대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도 매우 황공스러운 일이다. 나같이 하찮은 사람은 중궁님을 옆에서 모시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에 쌓였던 고뇌가 사라지고 이 우울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일기 후반부에서는 낯간지러운 느낌을 받았다.

일기 '19. 달밤의 뱃놀이 - 9월 16일 밤'에는 이 집 정원이 더 잘 드러난다.

 

 

그다음 날 밤에는 달이 휘영청 밝고 계절 또한 운치 있어서 젊은 여방들이 뱃놀이를 했다. 모두들 흰옷으로 차려입어 정갈한 맛이 있었다. 좌재상 중장과 대감님의 도련님들께서 마루 끝에 앉아 있던 고다유, 겐시키부, 미야기노지주, 고세치노벤, 우콘, 고효에, 우마, 야스라이, 이세인과 같은 여방들을 잡아끌어 배에 태우시고, 우재상 중장 가네타카에게 노를 젓게 하셨다. 배에 타지 않은 여방들도 부러웠던지 연못 쪽을 바라보며 죽 앉아 있었다. 새하얀 모래밭에 반사된 달빛에 여방들의 흰옷과 얼굴이 환하게 드러났다.

그러는 중에, 북문 대기소 쪽으로 여러 대의 우차가 몰려왔다. 궁궐 여방들이 온 것이다. (...)

 

 

출처 : NAVER 지식백과 일본사 다이제스트 100 '귀족 후지와라 씨의 정치'

 

 

 

 

나는 꿈속에서도 이 정도의 정원을 꾸밀 수는 없다. 이런 정원이라면 으레 일장춘몽의 권력자나 백만장자가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러나 일장춘몽은 마찬가지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