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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아모스 오즈의 정원

by 답설재 2025. 11. 16.

 

 

 

아모스 오즈의 소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 148》에는 정원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나는 이 설명 중에서 그 정원의 '반쯤 어두운 길'이라는 대목에 마음을 빼앗겨서 나도 이런 정원을 만들어 봤으면 싶었고 이후 정원 생각만 하면 그 반쯤 어두운 길은 얼마나 깊고 아름다울까 싶었다.

 

 

아그논 씨의 집엔 사이프러스 나무로 둘러싸인 정원이 있었는데, 안전을 위해, 마치 정원이 얼굴을 감추려 드는 것처럼 정원 뒤쪽이 거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정면에서, 거리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좁고 긴 창문 네댓 개뿐이었다. 사이프러스 나무로 덮인 대문으로 들어가, 집 옆으로 닦인 길을 따라 걷다, 네댓 걸음쯤 올라가, 하얀색 현관의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다음, 인도해 주는 이를 따라 오른편으로 돌아 아그논 씨의 연구실로 향하는 반쯤 어두운 길을 걸어 올라가는데, 그 연구실에서는 유대 광야와 모압 언덕이 보이는 잘 닦인 커다란 지붕의 테라스로 갈 수 있다. 왼편으로 돌면 비좁은 거실의 작은 창문을 통해 빈 정원이 보인다.

아그논 씨 집은 결코 채광이 좋지 않고, 항상 연한 커피 향과 페이스트리 향이 나는 여명 같은 상태였는데, 아마도 우리가 안식일이 끝나기 직전 저녁 무렵에 방문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별이 셋 정도 창문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전깃불 스위치를 켜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미 전깃불이 켜져 있었지만 노랗고 너무 희미한 예루살렘 전기였기 때문이거나 아그논 씨가 절약을 하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혹은 정전이라 파라핀 램프 빛만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그 반쯤 어두운 상태를 기억할 수 있고, 사실 그걸 거의 만질 수도 있다.

 

 

 

그 반쯤 어두운 길은 채광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저녁 무렵인데도 아직 전깃불을 켜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나는 언제나 그 정원의 그 길을, 온갖 나무가 우거져 하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고, 그런 길을 만들어보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인가.

 

이런 걸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그런 정원이 꿈 속에는 있다는 생각이나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