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국 사람들은 재주가 좋다.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만으로도 얼마든지 몰입하게 한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는 어느 작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봤다.
그 작가가 책을 읽는 장면도 보였는데, 지켜보던 한 유명 연예인(MC)이 "책은 밑줄을 치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했다.
순간,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연예인들이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MC로부터 '한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보던 페이지를 접었던 흔적도 보기 흉하다는 말도 나왔고, 무언가 흘린 자국은 더 보기 싫다는 이도 있었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밑줄에 대해서 나도 그런가 싶었다. '내 책은 모두 밑줄 투성이인데...' 생각하며 값어치가 떨어져버린 그 책들에게 미안한 느낌이었으나 곧 다른 생각을 했다.
무슨 값어치?
저 책들을 누구에게 선물할 거야?
받을 사람이나 있어?
아니면, 팔아먹겠다는 거야?
누군가 오래오래 보존했다가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내놓기라도 할 것 같아?
괜찮아!
값어치는 내가 측정하는 거야. 내 책이니까. 알겠지?
사람은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 같은 게 다 다른거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가벼워? 평생 밑줄을 그으며 살아놓고선.
'책 보기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모스 오즈의 정원 (9) | 2025.11.16 |
|---|---|
| 장 그르니에 《섬》 (4) | 2025.11.12 |
| 클레어 키건 소설 《맡겨진 소녀》 (18) | 2025.11.02 |
| 원옥진 동화 《이상한 옷장》 (15) | 2025.10.28 |
| 클레어 키건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8) | 2025.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