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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밑줄 그은 책의 값어치

by 답설재 2025. 11. 8.



 


방송국 사람들은 재주가 좋다.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만으로도 얼마든지 몰입하게 한다.
 
지난 일요일 아침에는 어느 작가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봤다.
그 작가가 책을 읽는 장면도 보였는데, 지켜보던 한 유명 연예인(MC)이 "책은 밑줄을 치는 순간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했다.

 

순간,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다른 연예인들이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MC로부터 '한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보던 페이지를 접었던 흔적도 보기 흉하다는 말도 나왔고, 무언가 흘린 자국은 더 보기 싫다는 이도 있었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밑줄에 대해서 나도 그런가 싶었다. '내 책은 모두 밑줄 투성이인데...' 생각하며 값어치가 떨어져버린 그 책들에게 미안한 느낌이었으나 곧 다른 생각을 했다.

 

무슨 값어치?
저 책들을 누구에게 선물할 거야?
받을 사람이나 있어?
아니면, 팔아먹겠다는 거야?
누군가 오래오래 보존했다가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내놓기라도 할 것 같아?
괜찮아!
값어치는 내가 측정하는 거야. 내 책이니까. 알겠지?
사람은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 같은 게 다 다른거야.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가벼워? 평생 밑줄을 그으며 살아놓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