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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우리가 만들고 가는 傳說

by 답설재 2025. 12. 6.

출처 : 티스토리 "봄비 온 뒤 풀빛처럼"

 

 

 

A해변은 이즈반도의 남단에 가깝고 아직 속화俗化되지 않은 마침맞은 해수욕장이다. 해저에 울퉁불퉁한 기복이 있고 파도가 약간 거친 것 외에는, 물이 깨끗한 것도 멀리까지 물이 얕은 것도 해수욕에 적합하다.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단편소설 "한여름의 죽음(真夏の死)"의 첫머리 문장에서 '마침맞은(마침맞다)'이라는 말을 발견하고 당장 '이쁜준서' 님의 블로그 "봄비 온 뒤 풀빛처럼"에 찾아가 이 말이 들어 있는 글을 찾으려고 오늘 날짜 글부터 11월 1일까지의 글을 다 살펴보았다.

허사였다.

 

분명히 봤다.

기억으로는 며칠 전이었는데 찾지 못한 것이다.

이제 나는 내 기억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야기가 아내와 다를 때, 전에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예 처음에 백기를 든다. 이러는 걸 본 아내는 내게 무슨 건강식품을 먹어야 한다고 그럴 때마다 종용한다.

그러니까 12월이나 11월에 본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본 것인데 엊그제 본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여긴 당연히 없다!'고 단정하는 실수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대수가 아니다.

이쁜준서 님의 글에는 잊혀져 가는 말들이 일쑤 등장하더라는 것이 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런 말들을 잊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렇지만 그분의 글에서, 내가 영 잊지는 않았지만 도무지 쓰질 않아서 기억 저편으로 가물가물 사라져 가는 말을 발견하면 나는 그 말에 묻어 있는 옛일들을 떠올리며 아득한 느낌으로 앉아 있게 된다.

 

이쁜준서 님의 글들을 살펴보다가 나는 이번에는 '이제는 늦가을'이라는 글에 꽂혔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이제는 늦가을" 2025.11.5).

☞ https://asweetbasil.tistory.com/17955970

 

 

傳說

이렇게 세계는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우리 세대의 개개인이 겪어 온 것들은

우리가 어릴 적의 현장은 지금의 현장을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변했다.

우리 개개인도 작게 보는 전설이기도 하다.

그 전설은 저 세상 가고 나면

내 자식들이 잠시 또는 어느 순간에 나를 기억하겠지만

졸졸 시냇물처럼 살았던 나의

전설은 사라져 갈 것이다.

 

 

말도 그렇지 않은지 모르겠다.

사람들을 따라왔다가 사람들을 따라 사라져 가는, 꼭 같은 시간은 아니겠지만 사람들을 따라 사라져 가고 또 사람들을 따라 무수히 나타나는 것, 그리하여 한동안 전설처럼 전해지다가 영영 사라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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