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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좋고도 불안한 늦가을

by 답설재 2025. 11. 23.

 

 

 

나는 겨울을 좋아했었다.

겨울 스포츠를 즐긴다거나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너무 추워서 혹은 눈이 많이 와서 "못 가겠다" "못 하겠다" "미루자" 같은 핑계를 마련하기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일을 별로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옛 시골 겨우살이의 영향도 있다. 내가 일을 한 건 아주 조금이지만, 모두들 쉬니까 나도 덩달아 마음이 놓이고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는 겨울이 별로 좋지 않다. 병이 나거나 죽을까 봐 두렵기도 하다.

'신인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차피 죽을 것이고 죽지 않은(않을) 사람은 없을뿐더러 이 나이면 지금 당장 죽는다 해도 말릴 사람도 없고 "그 사람 죽었다네" 하면 그만이지만 나 자신의 동물적인 감각은 그렇지 않다. 저승사자가 와서 "가자!" 하기 전까지는 나도 사람이다.

 

11월 중순 이후 아침나절에 길을 나서면 뒷머리가 써늘하거나 가슴에 압박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그건 분명 지병인 협심증 때문이다.

지난번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을 때 폐렴 예방주사도 한 번 더 맞아야 한다고 했는데 돈도 돈이고 병원에 가는 것도 싫다.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면 괜찮지 않을까 싶고, 이래저래 겨울은 싫다.

일전에 정기 검진일이 되어 치과 다녀온 것도 내게는 큰일이었다. 며칠 전부터 자꾸 생각했고, 그날 아침에는 무슨 전투에 나서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가을일까, 겨울일까.

내년 봄이 올 때까지의 절기로는 입동·소설 지나서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 대한(大寒)을 남겨두고 있지만, 어제 종일 라디오를 들은 바로는 두어 번 '늦가을 정취'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늦가을, 나는 늦가을에 미련을 갖고 있다. '아직은 가을이야.'

그렇지만 그 미련은 너무나 한시적이어서 차라리 조바심일 수도 있다. 이러다가 어느 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종일 사나운 겨울바람이 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의 이 유보, 이 늦가을은 참 좋다. 마치 어차피 떠날 사람의 소매를 부여잡고 있는 듯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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