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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낙엽에 대한 '아파트 당국'의 처사

by 답설재 2025. 11. 21.

 

 

 

 

아파트 생활지원센터나 동대표회의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

단풍잎 덮인 길을 바라보거나 걸어보고 싶어 하는 사람의 정서를 알아보려는 건 아예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시시하고 관심도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걸핏하면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대표회의 의결을 거치고 방송하고 하면서 가는 가을의 낙엽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검토를 거친 적 없이 저렇게 치워 버린다.

 

나는 저런 장면을 볼 때마다 시골학교에서의 초임시절을 떠올린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가을, 각 학교의 교육이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지역교육청 장학사가 왕림한다는 예고가 뜨면 적어도 일주일쯤 전부터 청소에 열을 올린다. 유리창 청소, 교실 바닥 윤내기, 낙엽 치우기.

하필 뒤뜰 담당이 된 우리 반 아이들은 아예 한 그루에 한 명씩 나무 밑에 서서 단풍잎이 떨어질 때마다 달려가서 줍다가 어둑어둑해서 집에 돌아가곤 했는데 사나흘 전, 나는 그 일을 중단시켜 버렸다.

 

교사들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했다.

金位福 교장선생님은 파출소(지서) 순경들도 절절매는 호랑이였는데 기이하게도 나만 좋아해서 뭐든 눈감아주시는 분이지만 장학사를 무시하고 아예 청소를 하지 않는 그 행위가 장학사 일행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고 기필코 무슨 단호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으로, 나만 보면 속으로는 히죽히죽 웃으며 겉으로는 걱정을 하는 척했다.

 

마침내 장학사(李鐵河) 일행이 학교에 도착해서 구석구석 순시하고 수업까지 다 보고 난 뒤 전 교직원을 불러 모아 훈시를 하게 되었는데 당장 뒤뜰 담당이 누군지 물었다. 모든 이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고 내 가슴은 철렁하더니 긴장감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였다.

 

"군내 어느 학교를 가도 이런 학교는 없었다! 이 좋은 계절에 아이들이 단풍잎도 주워보고 밟아보고 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도 그 고운 단풍잎을 단지 청소 대상으로만 보게 하면 그게 무슨 교육이 되고 정서 함양이 되겠나! 이 학교는 참 좋은 학교다!"

 

회의가 끝나자 교사들은 이렇게 말했다."되는 놈은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되네."

나 참, 되기는 개뿔….

아무것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김위복 교장선생님과 이철하 장학사를 잊지 않고 지냈다.

교육부 장학관을 4년 6개월이나 하는 동안, 나도 그런 칭찬을 한번 해보고 싶어 했는데 안타깝게도 기회 자체가 없었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당직근무를 할 때 어느 여교사가 남편(교사)이 바람을 피운다고 해서 전화로 호통을 쳐서 그 행위를 중단하게 한 뒤 한동안 그 여교사로부터 깨가 쏟아지는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일은 있었지만 '낙엽 사건' 같은 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다.

 

저 고운 단풍을 저렇게 처리하는 아파트 당국의 처사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오늘도 늙은이답게 옛날 얘기만 늘어놓았다.

내년 가을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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