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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크리스마스 캐럴

by 답설재 2025. 12. 8.


 
 
그 식당에서는 12월이 되자마자 크리스마스 캐럴을 방영하고 있다.
나는 식사를 하며 캐럴을 듣는다.

거리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던 때가 있었는데 저작권 때문인지 소음(?) 문제 때문인지 지금은 조용하고 자선냄비에서만 작게 울려 나올 뿐이다.
나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캐럴이 울려 퍼지지 않는 게 섭섭했었고, 힘이 센 크리스천들이 들고일어나 본래대로 될 줄 알았는데 내내 조용한 걸 보고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 생각했다.

변주가 심하고 템포가 빠른 캐럴이 울려 퍼져 마음이 들뜨곤 할 때, 나는 쑥스럽고 미안하기도 했었다.
크리스천도 아니고, 신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이래도 되나 싶었고, 누가 물으면 이렇게 대답할 작정도 해두었었다. "아니요, 즐겁다니요! 저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인데요. 전 뭐 아무 생각 없이 들을 뿐이죠."

그러나 아무리 그런 생각을 해두었다고 해도 즐거운 분위기에 휩싸이는 건 특히 나처럼 중심이 없는 인간인 경우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심지어 나는 어린 시절은 물론이었고 최근까지도 '혹 선물이 남으면 내게도 좀 주고 가지 않으려나?' 싶을 때가 없지 않았다. 나도 크리스마스를 기해서 누구에게 뭐든 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중심이 없고 있고 간에, 중심이 있거나 말거나 간에 그런 분위기가 좋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꼭 있어야 하는 명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행히 가이 해리슨도 "사람들이 신을 믿는 50가지 이유"라는 책에 이렇게 써 놓았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찾아오면 나는 운전할 때마다 《그 어린 주 예수 Away in a Manger》 같은 캐럴을 크게 틀어 놓는다.


그런 생각을 하면 그의 '문화적 기독교도'(또 있지. '문화적 불교도' '문화적 회교도'...)란 말은 재미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해로울 건 없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가이 해리슨은 그 책에서 이렇게 쓴 무신론자다.
 
 
만약에 내 기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나는 알 카에다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읽고 자기들의 신앙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아서 다시는 신의 이름으로 살인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게 되기를 빌고 싶다. 그리고 백만장자인 텔레비전 목사들이 "신이 필요로 한다."는 이유를 들이대면서 힘들게 일하고 낮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돈을 끌어가는 짓을 그만하기를 빌고 싶다......
 
 
사실은 나도 신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긴 하나 그걸 믿을 만한 일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이제는 굳이 보고 싶지도 않다. 그 이유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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