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온더무브》
이민아 옮김, 알마 2016
올리버 색스(1933~2015)는 신경과 전문의로 뇌와 정신에 대한 임상기록을 썼다. 사람들은 감동했다. 환자들은 망상, 틱 장애, 자폐, 각종 인식 및 행동장애, 조현병 등으로 다들 기이했지만 색스는 그들을 비정상적 존재가 아니라 독특한 다름을 가진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몸이나 정신이 병든 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보내놓고 없는 척하며 살려는 우리 '문명' 세계의 의학, 우리 사회의 관습은 얼마나 야만적인가!(411)
그는 가령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다룬 환자들에 대해 '질환'이 그들 삶의 근본 조건이며, 다양한 신경질환 또는 '결손'에 (때로는 독창적으로)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분투함으로써 장애를 받아들일 비범한 방법을 발견했거나 창조한 사람들로서 저마다 장애를 보완하는 각자의 재능을 가졌다고 했다.
이 책을 지난 초여름에 읽기 시작했다. 석 달간 읽었다. 다른 책이 있으면 그 책부터 읽으면서도 늘 올리버 색스를 생각했다. 어렴풋이 그와 가까이 지내는 느낌이었다.
그가 소개한 책들도 많다. 예를 들면 이렇다.
자연사와 과학사에 나만큼 깊은 애정을 지닌 사람이 스티븐 제이 굴드였다.
나는 굴드의 《개체발생과 계통발생 Ontogeny and Phylogeny》(1977)과 잡지 《자연사 Natural History》에 매달 실리던 많은 글을 읽었다. 내가 특별히 좋아한 것은 1989년 저서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Wonderful Life: The Burgess Shale and the Nature of History》(경문사, 2004)였는데, 동물종이 되었건 식물종이 되었건 진화에서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느냐 마느냐는 (행운이든 악운이든) 순전히 운에 달린 일이라는 놀라운 깨달음을 준 책이었다. 굴드는 우리가 진화를 '재경주'할 수 있다면 번번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우리를 만들어낸 우발적 요소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조합된 결과였으며, 그는 이를 "장엄한 우연"이라고 불렀다.(417)
이런 부분을 읽으며 여러 번 책 이름을 메모해 둘 뻔했으나 번번이 참았다.
올리버 색스의 책은 쉽고 재미있지만(굴드에 관한 이 부분도 그가 환자를 대하는 생각과 태도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듯), 올리버 색스가 이야기하는 그런 책들이 색스 자신의 글처럼 쉽고 재미있기를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쉽게 생각하고 덤볐다가 한두 번 고생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할 일에 대해 면밀하게 생각하고 결정했다.
그는 훌륭한 사람, 좋은 사람들을 무수히 만났다.
그는 글쓰기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그는 그가 게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렇게도 냉혹했던 어머니와 결국 아주 사이좋게 지냈다.
그는 자유롭게 살았다. 다만 사랑에 관해서는 그렇지 못했다. 다행히 네 차례의 사랑 중 빌리와의 마지막 사랑은 행복한 것이었다. 그는 이 자서전을 그에게 헌정했다. 그는 따뜻한 사랑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부록에 번역된 그의 책 목록이 잘 제시되어 있다.
더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의 조건들은 이제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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