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우리 동네 도서관 '문헌정보실'은 사서 혼자 앉아 있고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여름에는 빈 좌석이 단 한 군데도 보이지 않더니 정작 가을이 되니까 이렇구나 싶었다. 날씨가 좋아서 집에 들어앉아서들 책을 읽나?
가져간 책을 반납하고, 읽고 싶은 책들을 검색했더니 다 대출 중이었다.
그냥 가야겠다고 했더니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던 그 사서가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웬일이지?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까 좋은가?
본래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여인이었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국립도서관 설계 경합을 앞둔 건축설계사무소에서의 일들을 아름답게, 그러나 결국 쓸쓸하게 그리고 있다. 그 소설에 메타세쿼이아라는 나무가 나오는지 찾아보다가 이 장면만 찾았다.
유키코와 가사이 씨가 채소와 고기를 넘치게 담은 큰 그릇을 테라스의 둥근 테이블로 내어왔다.
"초등학교 도서관은 주위에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였던 것 같아요. 저한테는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옆에 친구가 앉아 있어도 책을 읽고 있을 때는 혼자 있는 것이나 같았습니다."
선생님은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자유는 정말 중요하지. 아이들에게도 똑같아. 책을 읽고 있는 동안은 평소에 속한 사회나 가족과 떨어져서 책의 세계에 들어가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은 거야. 아이가 그것을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의지처가 되겠지. 독서라는 것은, 아니 도서관이라는 것은 교회와 비슷한 곳이 아닐까 혼자 가서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장소라고 생각한다면 말이야."
어딘가에서 또 쇠딱따구리가 울었다. 끼이 하는 작은, 그러나 분명히 귀에 들어오는 소리. 도서관이 조용한 것은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기 때문이 아니고, 사람이 고독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라면, 선생님은 그 공간을 어떤 형태로 만들려는 것일까.
혼자서 있을 수 있는 자유의 중요성,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은 고독하면서 고독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가 스스로 발견한다면 살아가는 데 '하나의 의지처'가 될 것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무라이 슌스케('선생님')였다.
의지처(依支處)……
그래, 책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그 시기 질투, 배신, 권모술수, 모함, 사기, 갈취, 혼란과 절망, 아픔과 상처, 불면의 밤들의 몸부림, 눈앞의 일에 대한 목숨을 건 집착과 몰입의 나날들, 인간에 대한 혐오감, 동식물에 대한 동경, 마침내 다짐, 다짐, 다짐……
그런 나날들에 나는 독서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책을 들고 앉아 있었지.
독서, 그것이라도 없었다면 어떻게 살아왔을까.
독서는 나의 경우 그냥 '그런' 것인데, 갓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장차 무슨 삶의 만능 무기나 되어 줄 것처럼 호도하면서, 온 국민이 독서가가 되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편견을 공공연히 내비치면서, 내가 취미란에 독서를 써넣은 걸 보고 아이들 다 보는 데서 일으켜 세워 놓고는 그건 취미가 될 수 없는 의무라고 일장 연설을 해댄 중학교 1학년 담임(국어) ○○○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없는지 '나는' 물어보고 싶다.
독서가 그의 전공의 핵심이었을 것이므로 그 무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마음껏 살았을 그는 이제 죽었을까?
아니지, 건강에 관한 책에서 무슨 진귀한 길을 찾아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이렇게 빌빌거리는 나보다 아직도 더 짱짱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이런 의사 타진을 해보고 싶다.
"어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우리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 보면 어떨까?"
.....................................
의지처 [依支處] 마음을 붙여 도움을 받는 곳(다음 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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