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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느낌적인 느낌? 뭐지?

by 답설재 2025. 10. 6.

남의 것은 잡초도 좋아보인다.

 

 

 

 

교사 시절에는 사전에 없는 말을 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비속어, 외래어, 조어 같은 단어들을 극도로 기피했다.

그러다가 교육부 근무하던 시절, 공문서의 교육 용어들이 외래어 투성이인 걸 목격했는데, 지금은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희한한 조어도 쓴다.

 

나는 이제 그런 문제들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는다.

될 대로 되겠지 싶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TV 인기 토크쇼를 보면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MC들이 나로서는 처음 듣는 외래어, 조어, 준말 등을 거침없이 쓴다.

또 MZ들의 블로그를 보면 나 같은 사람이 속한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흉내라도 내 보자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짜장면은 언제나 진실이지."라고 쓰면(쓸 일도 없지만) 보는 이마다 그러지 않겠나. '답설재 이 사람 돌연 왜 이러지? 결국 치맨가?' 

 

"느낌적인 느낌"이란 말을 처음 들으며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뭐라고?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그런 느낌이 따로 있나?

실수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나자 이젠 못할 말이 없구나 싶었고, 그 말이 잊히지 않았다.

심지어 자꾸 반추하니까 그런 느낌이 없진 않겠구나 싶었다.

느낌적인 느낌, 그 참 묘하고 신선하구나 싶기도 했다. 또 누가 뭐라고 할 경우 그 느낌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도록 아예 반박을 차단시켜 버리는 효과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 면에서는 '느낌적인 느낌'이란 말은 "나는 개인적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좋아합니다"라는 표현을 연상시킨다. 좋아한다는 말은 일단 개인적인 것인데 거기에 굳이 "개인적으로"라는 단서를 붙이는 것은,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는 데 대해 일체의 이의제기를 거부한다고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처럼 자기주장이 강한 시대여서 그런 말이 나온 걸까?

그렇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일단 방어적인 느낌의 말들도 자꾸 생기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느낌적인 느낌이라... 나도 한번 써먹어 봐야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누굴 만나서 "그건 내 느낌적인 느낌이야" 하면 그리 어울릴 것 같질 않다.

혼자 '이건 내 느낌적인 느낌이야' 하면서 지내면 될 것이다.

재미있는 말을 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