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진짜 생밤이 들어간 꼬수운 마들렌

by 답설재 2025. 10. 22.

 

 

 

 

역 앞 스타벅스에 갔다가 가을 분위기가 물씬거리는 이 사진을 찍어왔다.

머리는 허옇고 얼굴은 저승꽃 투성이인 노인이 매장 앞쪽에 서서 이 포스터를 마음껏(혹은 넋 놓고) 구경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다운로드해 놓으니까 구경거리가 많구나, 사진을 찍어오길 잘했다 싶다.

 

 

'진짜 생밤이 들어간 꼬수운 마들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갖가지 사건과 인물을 통해 당시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나간다.

그 이야기는 어느 날 오후, 마들렌과 홍차 한 잔으로부터 시작하여 의식의 흐름을 따라 끝없이, 끝없이 펼쳐진다.

 

 

우리 아파트 앞 빵집 부부는 여남은 가지 빵을 가지고 이 동네로 들어와서 십여 년을 한결같이 살아간다.

단 한 가지 메뉴도 늘어나지 않았고 단 한 가지 메뉴도 줄어들지 않았다.

아무리 유명한 빵이라도 만들지 않는다.

변함이 없다.

마들렌은 무지 달다. 달기만 하다. 값은 700원이다.

다른 메뉴를 도입하면 안 되는 룰, 마들렌은 그렇게만 만들어야 하는 룰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일요일, 월요일은 쉬겠다고 해놓고, 다른 날도 쉰다. 마음대로 쉰다. 몸이 불편해서 하루 쉬겠다고 해놓고 이틀이고 사흘이고 마음대로 쉰다. 쉬는 길에 실컷 쉰다. 하루 쉬겠다는 쪽지는 그대로 두고 쉰다.

나는 이제 폭풍우가 불어오거나 폭설이 내린 직후가 아니면 그 집에 가지 않는다.

힘이 들어도 역 앞까지 간다.

 

 

생밤이 들어간 마들렌은 어떤 맛일까?

꼬수운 마들렌?

'진짜' 생밤이 들어갔다고?

진짜 생밤이 들어가서 꼬수운 마들렌이라고?

 

 

좋아!

언제 한번 한적한 자리에 앉아서 그 '꼬수운 마들렌'을 먹어보기로 하자.

그걸 먹고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가을이 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