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 어머 / 전지영
빵이 연못에 떨어져
으아앙~
다리 위에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빵이 연못에 떨어져
쩝쩝쩝~
물속에서
잉어들이 신나게 먹고,
빵이 연못에 떨어져
어머 어머
트램펄린 놀이 / 김순영
트램펄린에서 뛸 때면
통, 통, 통,
튀겨지는 것 같아
뛰며
넘어지며
구르며
튀겨지는 것 같아
웃음소리도 튀겨져
이히히, 에헤헤, 까알깔깔
놀이가
우리를 튀긴다
1학년의 짝사랑 / 서금복
- 나 짝사랑해요.
- 마음 좀 아프겠네.
- 왜요?
- 너 혼자 좋아하니까.
- 아닌데?
내 짝도 오늘 나 좋다고 했어요.
짝끼리 사랑하니까 짝사랑 아닌가요?
씨 / 박안나
이름 속에
씨가 들어 있다
김씨 이씨
박씨 조씨
태어나면서
품고 온 씨
뿌리 잊지 말고
좋은 열매 맺으라는 씨.
모퉁이가 펴 주었다 / 류병숙
연수와 다투고
씩씩대며 집에 오다
담 모퉁이 돌며
숨 돌렸다
ㄱ자 모퉁이처럼
화가 한풀 꺾일 때
가까워진 발소리
'연수야'
와락 놀래켰다*
ㄱ자 모퉁이가
우리 사이를 펴 주었다.
* '놀래주다'의 사투리
잉어들이 쩝쩝거리는 모습 본 순간, 그제야 아이가 보이고 별 수가 없다.("어머 어머")
트램펄린 위를 올려다보면 아무라도 거기 올라가 함께 튀겨지고 싶다.("트램펄린 놀이")
'짝사랑'하는 1학년 아이보다 행복한 사람은 있을 것 같질 않다. 다 털어놓는 듯한 천연덕스러움.("1학년의 짝사랑")
1500명이 다니는 학교 교장인데도 그 교장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개별적으로 만나고 싶더라.("씨")
씩씩대지만 속으로는 이미 상대방에게 다가가고 있었던 그 마음.("모퉁이가 펴 주었다")
이미 어디서 본 작품이 있다. 잠깐만 봤는데도 낯이 익다. 신선하게 다가오질 않는다.
발표할 지면이 없어 쩔쩔매는 작가들이 있겠지.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아이들이 그린 삽화가 끝내준다.
'너무' 멋지고 잘 어우러져서 나 같아도 뭘 더 요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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