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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10인의 동시집 《눈사람나라 뉴스》 (2)

by 답설재 2025. 9. 29.

 

 

 

어머 어머 / 전지영

 

 

빵이 연못에 떨어져

으아앙~

다리 위에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고

 

빵이 연못에 떨어져

쩝쩝쩝~

물속에서

잉어들이 신나게 먹고,

 

빵이 연못에 떨어져

어머 어머

 

 

 

트램펄린 놀이 / 김순영

 

 

트램펄린에서 뛸 때면

통, 통, 통,

튀겨지는 것 같아

 

뛰며

넘어지며

구르며

튀겨지는 것 같아

 

웃음소리도 튀겨져

이히히, 에헤헤, 까알깔깔

 

놀이가

우리를 튀긴다

 

 

 

1학년의 짝사랑 / 서금복

 

 

- 나 짝사랑해요.

- 마음 좀 아프겠네.

- 왜요?

- 너 혼자 좋아하니까.

- 아닌데?

  내 짝도 오늘 나 좋다고 했어요.

  짝끼리 사랑하니까 짝사랑 아닌가요?

 

 

 

/ 박안나

 

 

이름 속에

씨가 들어 있다

 

김씨 이씨

박씨 조씨

 

태어나면서

품고 온 씨

 

뿌리 잊지 말고

좋은 열매 맺으라는 씨.

 

 

 

모퉁이가 펴 주었다 / 류병숙

 

 

연수와 다투고

씩씩대며 집에 오다

 

담 모퉁이 돌며

숨 돌렸다

 

ㄱ자 모퉁이처럼

화가 한풀 꺾일 때

 

가까워진 발소리

'연수야'

와락 놀래켰다*

 

ㄱ자 모퉁이가

우리 사이를 펴 주었다.

 

 

* '놀래주다'의 사투리

 

 

 

잉어들이 쩝쩝거리는 모습 본 순간, 그제야 아이가 보이고 별 수가 없다.("어머 어머")

 

트램펄린 위를 올려다보면 아무라도 거기 올라가 함께 튀겨지고 싶다.("트램펄린 놀이")

 

'짝사랑'하는 1학년 아이보다 행복한 사람은 있을 것 같질 않다. 다 털어놓는 듯한 천연덕스러움.("1학년의 짝사랑")

 

1500명이 다니는 학교 교장인데도 그 교장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개별적으로 만나고 싶더라.("씨")

 

씩씩대지만 속으로는 이미 상대방에게 다가가고 있었던 그 마음.("모퉁이가 펴 주었다")

 

 

이미 어디서 본 작품이 있다. 잠깐만 봤는데도 낯이 익다. 신선하게 다가오질 않는다.

발표할 지면이 없어 쩔쩔매는 작가들이 있겠지.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아이들이 그린 삽화가 끝내준다.

'너무' 멋지고 잘 어우러져서 나 같아도 뭘 더 요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