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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젬병 아인슈타인

by 답설재 2025. 12. 21.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 나타난 과학자 중 최고다. 이걸 부정할 사람은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웬만한 사람은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논문을 써서 노벨상을 받지 못하자 "그럼 이건 알겠지?" 하며 좀 쉬운 논문을 써서 노벨상을 받아놓고 또 다른 연구를 했다.

 

그런 그도 돈에는 젬병이었던지, 채플린이 《나의 자서전》에 쓴 일화를 읽어봤더니 기가 막혔다. '바본가?' 싶을 지경이었다(그 자서전 684~685).

 

 

나치의 공포 정치와 유대인 박해가 독일 전역을 휩쓸자 아인슈타인 부부는 미국으로 망명했다. 아인슈타인 부인은 남편이 돈 문제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프린스턴 대학교가 아인슈타인 박사를 교수로 초빙하면서 계약 조건에 대해 문의했다. 돈 문제에 밝지 않았던 박사는 굉장히 적은 액수를 요구했다. 그러자 오히려 프린스턴 대학교 학장이 박사가 요구한 액수로는 미국에서 생활비조차 충당할 수 없고, 적어도 요구한 액수의 세 배는 돼야 생활할 수 있을 거라고 정중히 일러주었다고 한다.

 

 

채플린은 영화계의 인물들은 물론이고 정치가, 작가, 과학자, 화가, 시인, 음악가 등 수많은 인물들을 만난 인물로 그 자서전에는 그런 인물들을 다음과 같이 개략적으로 평가한 내용도 보였다(그 자서전 841).

 

 

작가들은 멋진 사람들이지만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좀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지 않는다. 대개 작가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책에 쓴다. 과학자들은 뛰어난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들이 응접실에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머리에서 쥐가 나는 것 같다. 화가들은 따분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마치 우리가 자신들을 화가보다는 철학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한다. 시인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전체적으로 음악가들만큼 조화를 이루며 협조적인 사람들은 없다. 교향악단만큼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스러운 것은 없다. 악보대를 비추는 은은한 조명,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 그리고 지휘자가 등장하면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정적이 교향악단만이 갖는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뛰어난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들이 응접실에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머리에서 쥐가 나는 것 같다."

채플린은 이 문장을 쓰면서 아인슈타인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인슈타인은 예외라고 생각했을 것이 확실한 건, 그 자서전에 보이는 아인슈타인과의 몇 가지 일화는(바이올린 연주를 포함하여) 모두 위의 일화처럼 재미있고 인간적인 것들이었다. 그런 아인슈타인을 보고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다고 했으면 앞뒤가 맞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