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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카페의 낮과 밤

by 답설재 2024. 8. 19.

 

 

 

 

강남 어느 사무실 자문역으로 나갈 때 생각한 것 하나는, 내가 만약 그런 곳에 집이 있다면 나는 하루 24시간 내내 흥분된 상태에서 지낼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전철을 타고 먼 길을 돌아와 저녁 내내 쉬면서 그 거리를 떠올리면 '이 시간에도 사람들 발길이 끊이질 않겠지. 술을 마시는 손님들이 복작거리는 가게도 있겠지.' 싶은 것이었고, 이렇게 돌아와서 저녁 몇 시간을 쉬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곤 했었다.

그렇지? 이 나이에 그 긴 저녁 시간을 집에 들어와 쉬지 않고 뭘 그리 떠들어대고 있겠는가.

 

 

 

 

 

 

 

그 느낌은 강남 같은 곳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된 지금도 여전하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서 혹 이젠 강남 거리들도 저녁만 되면 여기처럼 조용한 거리로 변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 논리적으로도 그건 전혀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낮에는 화초나 잡초들도 싱그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카페의 환경이 밤이 되면 불야성이 되어 불빛만으로도 흥청대는 느낌이 드는 저 모습을, 더러 첫새벽에 잠이 깨어 창 너머로 확인하면서 이 시간에도 저곳에선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구나, 좀 엉뚱하다 싶겠지만 나는 안도의 느낌을 가지며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그 안도감의 정체가 도대체 뭘까.

'젊은이들은 아직도 잠들지 않고 떠들기도 하는데 나는 고요히 잠이나 자는구나.'

그건 참 유치하다. 그럼?

'저 사람들은 아직 잠을 잘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한숨 자고 났으니까 이게 어디야?'

그것도 유치하다.

그럼 뭘까?

'나는 아직 죽진 않고 살아 있구나.'(?)

'젊었을 때는 늘 오늘도 어떻게 해서든 좀 쉬어야 내일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곤 했기 때문에 그 강박감이 여전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게 된 것일까?'

글쎄, 나는 요즘도 저 불빛만 보면 그 맥락을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끼며 다시 잠자리에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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