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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by 답설재 2024. 9. 1.

2024.8.31.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잡초 뽑기?

청소?

손빨래?

라면 끓여 먹기?

책 읽기?

칫솔, 속옷, 작업복 같은 것을 제외한 내 물건 특히 옷가지 구입하지 않기?

외로워도 그냥 있기?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난 참 허접하네.

그래도 이 정도로 허접할 줄은 몰랐는데...

사람이 참 별 수 없네.

더 있긴 하지. 가령 남 비난하기. 남(가령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의 잘잘못을 따져서 이야기하기 등등. 그런 것들은 더 잘해서 나에게나 남에게나 덕 될 건 아니지.

 

그러고 보면 더 있을 것도 없네.

그럼 그중에서 내가 정말 잘하는 건 뭘까?

잘할수록 좋은 건 뭘까?

잡초 뽑긴 분명 중도 탈락이 되겠지?

청소? 그걸 그렇게 잘할 필요가 있나? 미루지나 말고 하면 그만이겠지? '청소 선수'가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게 있나?

빨래도 해내면 그만이겠지?

라면 끓여 먹기? 지금보다 더 맛있는 라면을 끓인다고 해서 달라질 일 있나?

책 읽기? 이건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손을 놓아야 할 지경이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물건 구입하지 않기? 그런대로 잘하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겠지?

외로워도 그냥 있기? 아직 연습 수준이지? 연습만 하면 뭘 하나? 충분할 수 있어야지. 어떻게 하면 충분할 수 있을까? 당해봐야 하겠지? 당해봐야 할 수 있는 건 이 중에는 이것밖에 없겠지?

 

난 정말 뭘 더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