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김 현
지상의 강아지 한 마리가 없어진다
때론 명백한 사실이 시적이지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아침 일찍 산책 나오던 한 사람이 사라진다
그는 아직 누워 있다
텅 빈 그를 깨우기 위해 누구도
상냥하게 짖지 않고
침대로 폴짝 뛰어오르지 않기에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짖어봐!)
사람이 해주지 않아서
(뛰어올라봐!)
사람은 다른 동물에게 바란다
오늘 사람이 잊은 일을
(사랑해주세요.)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꿈의 골목에 강아지가 나타난다
쓰다듬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고,
껴안을 수 있는,
그의 베개는 젖고 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천국을 믿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겨난다
천국이란
너와 내가 함께 갔던 곳
그는 우는 얼굴로 기뻐하며 눈을 뜬다
알면서도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매일 아침 부르던 이름을 속삭인다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천국의 우울한 사람이 웃게 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하고
생각에 빠져서
너무 깊어서
깜짝 놀라 산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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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2009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글로리홀』『입술을 열면』『호시절』『낮의 해변에서 혼자』『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장송행진곡』 등. 〈김준성문학상〉〈신동엽문학상〉 수상.
이미 내 느낌을 써버렸다. 무슨 이야기를 덧붙일 수가 없게 되었다. 『현대문학』 3월호에 실린 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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