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신 《네 생각》
영남사 1995
시집 나온 지 30년이다.
네 생각?
그럴 리 없을까? 권오신 형이 내 생각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이었고, 그간 시인이 생각나거나 이 시집 생각이 날 때마다 그건 분명히 내 생각이었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내 생각일 수도 있다.
네 생각 · 3
눈 감아도
환해 오는
기나 긴 불면의 밤
숱한
사람들을
밤새껏 맞고 보내다
네 차례
네 차례에서는
한참 맘이 설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이 시 3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6이 더 좋고 8도 참 좋다.
네 생각 · 6
그 겨운
세파 속을
만 년 소녀로 사는 그대
내사 본시
정에 약해
실바람에도 흔들리어
다정한
차 한 잔에도
한 가슴이 다 젖소.
이 시집에는 연시조는 보이지 않는다. 일단 제목을 달리한다.
평시조로써도 그의 깊은 정서를 넉넉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네 생각 · 8
세상 끝
어디메라도
그대 살아 있다면
설령
만나지 못해도
사는 곳 어딘지 몰라도
내 한생
끝나는 날까지
기다림은 남아 있으리.
권오신 형은 무엇을 하며 지낼까?
57년 전 그날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
57년, 57년이라니...
남은 세월에도 그리워하기만 하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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