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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김현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by 답설재 2024. 3. 6.

날마다 여러 사람이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냇가(해거름)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꿈의 골목에 강아지가 나타난다

 

쓰다듬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고,

껴안을 수 있는,

 

그의 베개는 젖고 있다

 

 

- 김현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부분)

 

 

그렇게 해서 영영 헤어진 사람을 생각해본다.

그에게 보여주고 싶다.

더 보자고 하면?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이어진다면서.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천국을 믿는 사람이 한 명 더 생겨난다

 

천국이란

너와 내가 함께 갔던 곳

 

 

또 울겠지?

"너와 내가 함께 갔던 곳" "함께 갔던 곳"... 하며 울겠지?

울지 말고 들어보라고 해야겠지?

 

 

그는 우는 얼굴로 기뻐하며 눈을 뜬다

알면서도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매일 아침 부르던 이름을 속삭인다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천국의 우울한 사람이 웃게 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하고

생각에 빠져서

너무 깊어서

깜짝 놀라 산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이제 끝이냐고 묻겠지?

웃으며, 혹은 울며, 그는?

이렇게 대답해야 하겠지?

앞부분을 감추었다고.

생각나면,  《현대문학》 3월호에 있으니까 다 읽어주겠다고.

다 읽어주면 사람들도 다 알게 되겠지?

왜 사람들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그까짓 강아지와 헤어진 것을 그렇게 슬퍼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