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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알렉스 펜틀런드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by 답설재 2024. 3. 15.

알렉스 펜틀런드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SOCIAL PHYSICS 빅데이터와 사회물리학

박세연 옮김, 와이즈베리 2015

 

 

 

 

 

 

제때 읽었어야 할 책을 '느긋하게' 읽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세상의 변화는 급격하다'는 말을 실감했다. 2015년에 읽었다면 '무슨 소리지?' '정말 그럴까?' 했을 부분을 전문지식이라고는 서푼이 되지 않는데도 '그렇지!' '그렇지!' 하며 읽었다.

 

사회물리학(SOCIAL PHYSICS)?

"전통적인 물리학의 목표가 에너지 흐름이 어떻게 운동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는 학문이듯이, 사회물리학은 아이디어 흐름 idea flow이 어떻게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란다(11).

'전통적인 물리학'? 물리학이겠지?

저자는 이렇게 정의했다. "사회물리학은, 한편으로는 정보와 아이디어 사이의 수학적 연결,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행동에 관한 신뢰할 만한 설명을 제시하는 정량적 사회과학을 말한다."(23)

 

사회의 진화과정을 이렇게 진단했다(20~22).

·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고,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무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 오늘날의 가상공간에서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든다. 이러한 군집들은 대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구성의 조합은 함께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수백만 명의 사람으로 매일 변한다.

· 강력한 사회적 연결에 따른 책임감이 모두 사라져 버린 상태에서 자본주의는 종종 탐욕스러운 모습을 드러냈고, 정치는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다.

 

사회물리학을 돌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빅데이터다. 디지털 빵가루 digital bread crumbs 속에 담겨 있는 인간들의 경험과 아이디어 교환 패턴에 대한 분석 작업에 바탕을 두고 있다(29). 수십억 건의 전화 통화 내역과 신용 카드 거래, GPS 지역 정보 모두 과학자들에게 미묘하고 세부적으로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렌즈를 선사한다.(31)

 

저자는 우리가 사회를 시장과 계급이 아니라, 개인 간 상호작용 네트워크로 바라보아야 하며, 이를 위해 개인들 간의 아이디어 흐름이 어떻게 기업과 도시, 사회의 규범과 생산성, 그리고 창조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했다.

아이디어 흐름의 세부적인 패턴에 대한 지도를 그릴 수 있게 해주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우리는 사회적 역동성이 금융 및 정부 분야의 의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경제 및 법률 시스템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302).

 

데이터 주도적 사회를 운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잠재적 보상(예 : 금융 위기 예측, 전염병 추적·예방, 천연자원의 지혜로운 소비, 잠재적 창조성의 완전한 실현 및 빈민 지역 축소 등)은 막대한 노력을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304).

 

'감수할 만한 위험'?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전문성의 부족으로 완전한 독해(파악)는 불가능했다. 그렇긴 하지만 나도 이 책에서 지칭하는 '개인'으로서 언제 어디서든 유념할 것이 있다. 저자는 데이터 주도적 사회의 핵심적인 비전은 바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수호하는 것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예, 302).

 

나는 나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어떻게 수호할 수 있을까?

저자가 그것을 강조한 2015년으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나의 프라이버시와 자유를 수호하는 데 점점 더 자주 강박감, 위기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 어쩔 수 없어서 가입한지 몇 년이 지나서 '휴면 계정'으로 전환될 예정이라는 통보가 오는 경우에도 다행이라는 느낌보다는 그럴 경우 내 인적사항은 오히려 더 소홀히 관리되는 것 아닐까 싶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모른 척, 혹은 잊고 살면 될까?

아니지, 걸핏하면 앱을 이용해야 하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하고, 그럴 때마다 내 인적사항을 밝혀야 한다. 물론 거부해도 좋다고는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 나는 일을 그르치게 되고 이 사회의 흐름에 일일이 거역하는 길을 걷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이 책의 제목을 생각해보았다. 창조적인 사람의 행동? 그것을 설명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사회물리학(SOCIAL PHYSICS)"이라는 제목은 관점을 정확하게 나타내긴 하지만 자극적이지 못하거나 핵심을 놓칠 수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창조적인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수월하거나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