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대학을 다니며 이 그림을 몇 번이나 보았을까? 교육부에서 초·중·고 교과서를 만들고 검열하면서 본 것은 몇 번이었을까?
어떤 설명을 보았을까?
인류(인간)는 아득한 옛날부터 농사를 지어왔다는 것? 고대문명이 일어난 이집트에서의 이 농사 그림은 그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
그렇지만 《사피엔스》(유발 하리리)에서 "농업혁명은 인류가 당한 역사상 가장 큰 사기였다"는 글에서 이 그림에 대한 다음과 같은 설명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기원전 1200년경 이집트 무덤의 벽화. 황소 두 마리가 밭을 갈고 있다. 야생 소는 복잡한 사회구조를 갖춘 무리를 이루어 자기들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가축화되고 거세된 수소는 채찍질을 당하거나 좁은 우리에 갇혀서 삶을 낭비한다. 소는 자신의 신체에도, 사회적, 감정적 필요에도 맞지 않는 방식으로 외롭게 노동한다. 두 마리가 함께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황소가 더 이상 쟁기를 끌지 못하면 도살되었다(이집트 농부의 허리가 굽은 데 주목하라. 그도 황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육체와 마음, 사회적 관계를 압박하는 고된 노동을 하며 평생을 보냈다).
물론 이 설명은 다음과 같이 그림 아래에 붙어 있다.
※ 농업혁명이 역사상 가장 큰 사기였다는 설명의 일부
수렵채취인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은 지역마다 계절마다 크게 달랐지만, 대체로 이들은 그 후손인 농부, 양치기, 노동자, 사무원 대부분에 비해서 훨씬 더 안락하고 보람 있는 생활을 영위한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풍요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40~45시간 일하며 개발도상국에선 평균 60시간, 심지어 80시간씩 일한다. 이에 비해, 지구상의 가장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는 수렵채취인, 예컨대 칼라하리 사막 사람들은 주 평균 35~45시간밖에 일하지 않는다. 이들은 사흘에 한 번밖에 사냥에 나서지 않으며 채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3~6시간에 불과하다. 평상시에는 이 정도 일해도 무리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칼라하리보다 더욱 풍요로운 지역에 살았던 고대 수렵채취인 들은 식량과 원자재를 획득하는 데 이보다 더 적은 시간을 썼을 것이다. 이에 더해 이들에게는 가사노동의 부담이 적었다. 접시를 씻고 진공청소기로 카펫을 밀고 마루를 닦고 기저귀를 갈고 청구서를 납부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설명들도 보였다.
· 수렵채취 경제는 농업이나 산업 시대보다 사람들에게 더욱 흥미로운 삶을 제공했다.
· 모든 시기 대부분의 장소에서 수렵채집은 가장 이상적인 영양소를 제공했다.
· 수렵채집인은 굶어 죽거나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았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다양한 식단에 있었다.
· 단 한 가지 식량에만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식량의 공급이 끊어져도 문제가 덜했다.
· 수렵채집인은 전염병의 영향도 덜 받았다.
· 그렇다고 고대인의 삶을 이상적인 것으로 그리면 실수일 수도 있다. 이들이 농업 및 산업 사람 대다수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삶은 거칠고 힌든 것이었다.
· 기원후 1세기쯤 되자 세계 대부분의 지역 사람들 대다수가 농민이 되었다.
·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 그것은 누구의 책임이었을까? 왕이나 사제, 상인은 아니었다. 범인은 한 줌의 식물 종, 밀과 벼와 감자였다. 이들 식물이 호모 사피엔스를 길들였지,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길들인 게 아니었다.
· 약 1만 년 전까지 사냥과 채집을 하면서 상당히 편안하게 살고 있었으나, 이후 밀을 재배하는 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2천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전 세계 많은 지역의 인간은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밀을 돌보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조현욱 옮김, 김영사 2016, 84~87, 12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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