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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by 답설재 2024. 1. 14.

존 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유정화, 이봉지 옮김, 민음사 2018

 

 

 

 

 

 

 

1

 

독서란 어떤 것인지, 존 러스킨과 마르셀 프루스트의 견해가 극명하다.

「참깨: 왕들의 보물」「백합: 여왕들의 화원」은 남성(왕)과 여성(여왕)을 대상으로 한 존 러스킨의 강연집이고 「독서에 관하여」는 마르셀 프루스트가 존 러스킨의 강연 내용을 보고 반박한 내용으로 두 가지 다 흥미로웠다.

 

러스킨은 독서가 인생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독서 관행, 책의 가치와 특징, 독서법, 교육의 목적과 의무, 여성 교육,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 등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확고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는 책 자체의 내용, 단어의 정확한 의미 파악과 사용 등을 국민 교육의 입장에서 강조했다.

 

 

2

 

러스킨의 강연록은 삶의 태도에 대한 훈시·설교 같았다.

사람들이 돈벌이에만 눈이 먼 것은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진정한 출세가 뭔지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독서 훈련이 필요하다고 '혼을 내주고 있어서' 반론을 제기하기는커녕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질문을 할 겨를도 주지 않는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연 「백합: 여왕들의 화원」도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았다. 남성은 무모하므로 여성이 지혜·미덕 ·인내·순결·열정·헌신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여왕의 국가에 대한 임무처럼 가정의 질서와 안락함, 사랑스러움을 지켜내는 여성으로서의 위치와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였다.

 

당장 논박이 들어오겠지만, 대입수능시험을 핵심 방편으로 하여 오직 지식 전달 교육에 치중하는 한국교육의 일관된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이라면 이 강연록에 심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3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신의 어린 시절 독서 경험을 소개하고, 읽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읽었는지에 따라 그 체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독서를 저명한 인사와의 대화라고 한 러스킨의 견해를 반박하는 것이었다. 즉, 책(훌륭한 저자와의 대화)과 친구의 차이점은 그들 지혜의 깊이가 아니라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며, 독서를 할 때 우리는 혼자 있을 때의 지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했다.

 

러스킨의 주장과 프루스트의 이야기를 더 들어도 좋다면? 나는 프루스트의 이야기를 듣겠다.